선생님께 ...
자양동을 30여년만에 떠나왔습니다.
추억이 많은 고향같은 곳이었는데..
믿지 못할분이 많겠지만 아주 어렸을적에 그곳에서 저는 시골아이처럼 자랐습니다.
여름이면 한강에서 땅짚고 수영하고 하얀고무신 거꾸로 접어 배만들어서 띄우고 송사리잡고,
동네 낮은 산으로 쏘다니며 아카시아 꿀 따먹고 메뚜기잡고 개구리 잡고...
지금은 강변도로가 되었지만 잠실대교 북단 초소부근은 작은 언덕이 하나 있고 논밭이 있었던,
제가 살던 동네였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있는건 다리랑 초소랑 초소앞 버드나무들 뿐이네요...
떠나오기가 아쉬워서 그 근처에 집을 얻어 1년을 머물다가 결국 덕소로 떠나왔습니다.
자연을 접하기가, 어릴적 추억을 접하기가 너무 어려워진 탓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한강시민공원은 인공적이란 느낌이 강해서 마음이 쓸쓸해질 때가 더 많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딸아이를 보면서,
제가 어렸을 적 그랬던 것처럼 자연을 벗삼아 행복해질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작은 시골읍내같은 이곳에서 저는 그 희망을 봅니다.
베란다로 보이는 흐르는 강물이랑 은빛물결, 뒤에서 불어오는 산바람, 넓은 들판들을 따라 가는 거침없는 내 시선들....
이 모든 자연의 축복 속에서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2004.3.31
싸이월드 제자모임홈피에 올린 글
* 우리 선생님 답글^^
김ㅇㅇ : 나는 덕소에서 자양동으로 오고 oo는 그 좋은 덕소로 가는군. 미사리가 예봉산 검단산 백봉 묘적사...과수원..논과 밭... (04.01 14:29)
김ㅇㅇ : 나는 덕소 여섯 달 사는 동안 많이 돌아다녔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이리 왔지만, 처음부터 마음에 들던 곳이지. 자양동도 (04.01 14:30)
김ㅇㅇ : 1973년 교육대학 들어가면서 서울로 와서 처음 살던(자취하던) 곳이 바로 자양동. 추억이 많지. 덕소 이사 축하해!!! (04.01 14:32)
김ㅇㅇ : 골목시장 갈 때마다 혹시 oo나 다른 제자들 만날 수도 있겠네 했는데...이제 그 가능성이 좀 줄었네!! (04.01 14:33)
덧붙이는 말 :
우리 선생님 이름을 알리지못하는건, 아직은 제가 너무나 부족하고 부끄러운 제자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 우리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