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 네살 때 시도한 가출이 성공했더라면
지금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삐노님의 글을 읽다보면
매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 만약 그 가출이 성공했더라면
나도 삐노님처럼 '영혼의 방랑길'을 떠나는 자가 되었을지
쉽게 포기하는 성격상 부랑자가 되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한가지 분명한 건
그 때 내가 가출에 성공하지 못했던 건
두려움 때문에 멀리 가지 못했던 것,
그리고 삐노님의 경우처럼 죽음에 대한 근원적 물음 대신
치기어린 반항심에 의지했기 때문이었다는 거..
어쨌거나 서른 이후 나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삐노님이 말하는 '질병을 앓는 자'가 되어 버렸다.
'꼼꼼한 정보나 빈틈없는 일정'이 없으면
불안정해지는 그런 사람.
이 증세는 특히 결혼을 한 후부터 더욱 심해졌는데
이것이 어쩔 수 없는 부성(父性)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변명이 될까..
변명이 될지는 몰라도
완전한 여행자가 되는것을 포기한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듯해.
사춘기 시절,
방학때만 되면 낮잠 자다가 깨어
옷 몇가지만 챙겨서 말도없이 떠났던 몇 개의 여행과
수녀가 되고 싶었던 오랜 펜벗의 초대로
강원도 정선 임계의 한 성당으로 무작정 떠났던 스물 여섯때의 무모한 여행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많이 행복했었던 것 같아..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꼼꼼함을 버려보아야하지 않나.
내 아이들만이라도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될 수있게
도와주어야하지 않을까.
아이들을 데리고 무작정 집앞에 난 길을 따라 여행을 떠났다는
한 공무원의 얘기처럼
나도 그렇게 떠날 수 있게 되기를 꿈꾸어보는 하루.
(관련블로그 : 밤이면 삐노가 그립다
http://blog.paran.com/newcross72/33020009)
써놓고 보니 이런,
삐노님 의도대로홀린듯..?!!
'더캣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이클럽 ME프로필서비스에 대한 항의 (1) | 2009.10.21 |
---|---|
사랑에 대한 소고 (0) | 2009.07.28 |
김민우가 말하는 성공비법 (0) | 2009.07.05 |
불복종에 관하여 (0) | 2009.06.21 |
소통의 달인? (0) | 2009.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