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아들과 함께 걷는 대학로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4. 3. 17. 00:18

학기 초, 이런저런 변화된 환경 속에서 아들넘이 힘들어하는게 보여 안쓰러웠다.
학원을 마치고 늦게 혼자서 저녁을 먹고 있는 녀석에게 주말에 아빠랑 대학로 갈까? 하니, 좋단다.
녀석에게 처음으로 연극이라는걸 보여주고 싶었다.
초딩 시절에 개그콘서트 형식의 연극을 본적은 있었지만 제대로된 연극은 본적이 없는지라
창의성이 넘치는 녀석에게는 좋은 자극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시작된 아들과 둘 만의 대학로 나들이.
혜화역에 도착해서 곧장 미리 생각해두었던 <죽여주는 이야기>라는 연극을 보러 갔다.
주제는 무겁지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그런 블랙코메디가 좋을 것 같았다.

 

포스터

미리 예약없이 간거라 좋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연극관람이 처음인 녀석에게는 오히려 더 편안하고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공연 전
공연 후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였지만 내용이 매우 코믹했고 중간중간 몸개그와
관객들과의 애드립 장면들이 특히 재미있었다.
아들넘도 많이 웃었다 ^^v

 

연극 관람 후에 긴장했을 아들넘을 위해 근처 츄러스 카페에 들러 간식을 먹은 후
대학로 곳곳을 둘러보았고
염통구이와 소떡소떡 같은 길거리 음식도 사먹었다.
저녁이 되면서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버스킹 공연도 생겨서 아들넘과 잠시 공연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아들넘과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과자 몇봉지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참 잘했다 싶으면서도 힘들다는 말도 못하고 혼자 노력하고 있는 아들 녀석 생각에
괜히 가슴이 짠 ...

사실, 아들을 위한 나들이였다지만
나도 많이 위안 받았던 선물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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