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업의 반은 사기다

업무상 나는 오늘도 교육관련업체 사람을 만났다.
처음엔 내가 일을 배우기 위해 그들의 제안서들을 읽었었지만
그런 노력들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렇게 내게 전해지는 취업관련 교육사업 제안서들이 서로 차이가 없고
특별하지도 않았다는걸 깨닫는데에는 채 한달도 안걸렸던 것이다.

취업교육 관련 사업체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국가에서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많은 예산들을 뿌리고
대학들은 취업률에 목을 메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겨난 현상이었다.

이틀에 한번씩 관련 업체 사람들이 면담을 청해왔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약 100개 이상의 업체들이 취업교육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단다.

사실 내게는 일일이 이렇게 많은 업체관계자들을 만나는 것보다
아이들을 만나는게 제일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일단 관련 업체사람들의 면담요청은 거절하고
대신 관련 내용을 이메일로 송부토록 했다.
내가 내용을 먼저 검토해본 후 궁금한 점이 있거나 더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할때
따로 부르겠노라 했었다.
연락없이 불쑥 찾아온 사람들은 일단 만나긴 했지만
다음부턴 메일로 관련 내용을 먼저 송부해주어야 한다고 정중하게 말해주었다.

오늘은 OO협회 사람들을 만났다.
오전에 전화가 왔길래 정중히 거절하고 자료의 별도 송부를 요청했지만
학교에 올 일이 있어 그냥 인사차 들러야한다길래 별수없이 허용한 자리였다.
그들이 들고온 자료집을 받았지만 자세히 설명을 듣지는 않았다.
대신, 약 20분간 내가 하고싶은 말을 했다.

- 솔직히 모든 업체의 제안서들이 비슷하다. 타 업체와 구분되는 당신들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면 그 내용에 대해서 제안해달라.

- 지방의 대학과 서울에 있는 대학의 처지는 다르다. 우리 대학의 현실에 맞는 분석과
컨설팅 프로그램을 제안해달라.

- 한 대학 내에서도 학문분야간 취업의 현황과 진로가 다르다. 공통적인 교육 외에
학문분야별로 취업역량을 지원할 수 있는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제안해달라.

- 교육내용 뿐만 아니라 교육효과가 중요하다. 교육 후 실질적으로 구인업체와 연계될 수 있는
매치업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제안해달라.

- 아이들의 눈높이가 너무 이상적이다. 기업 이름이 아닌 직무에 맞춰 취업할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교육이 저학년때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대한 제안서를 만들어달라.

등등.

사실 작년에 우리 부서에서 수행되었던 국고지원 사업을 검토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들을 했었다.
수천만원의 돈을 컨설팅 비용으로 지출했지만
이후 내가 만난 아이들의 수준은 별반 달라진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에 지원되는 국가의 지원금은 국민, 즉 아이들 부모님들이 낸 세금인데
일부 업체들은 너무 손쉽게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아서 화가났다.
외고입시나 수능을 목표로 하는 일부 학원들처럼
대학의 취업에 관한 교육을 하는 업체들 중 일부가 양심불량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교육사업의 반은 사기다라고 과격하게 말한다.
일부 교육업체가 말과 글만 번지르르하고 실효가 없는 빈껍데기 계획서로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켜
돈만 챙겨가는 것에 대해 죄의식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나를 찾아오는 업체 관계자들에게 내가 원칙주의자임을 분명하게 말한다.
대충 대충 겉만 번지르르하게 말한다고 현혹될 내가 아니며
설사 파트너가 되더라고 그 성과에 대해선 분명하게 평가할 것임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또한 내가 기획하는 교육은 하나의 업체에 전부를 맡기는 대신
두개 이상의 업체가 영역별로 진행하게 하면서 경쟁하게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업체간 비교평가를 수행할 것임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래야 얼굴을 팔아 사업권을 따내려는 수작이 줄어들 것이고
대충대충 만든 제안서로 나를 현혹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걸 깨닫게 될 것이며
그래야 수시로 나를 찾아와 괴롭히는 일이 줄면서
동시에 우리 대학 방문 또한 신중해질 것이었다.

제목이 다소 과격했지만
여전히 인연과 소개에 의해 쉽게쉽게 돈을 벌고 교육사업권을 따내려는 업자들이 있는 듯하여
경고의 의미로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