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때 신의 아들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더니
요즘엔'신의 직장'이사람들 사이에 화제다.
공기업은 신의 직장이요, 대학교직원은 신도 모르는(혹은 신도 가고싶어하는)직장이라는 것이고
급기야 그런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시가 신문기사화가 된다하니
분명 요즘같이 어려운 세상에 화제가 될만하기도 하겠다.
더구나 나는 신의 아들이면서 신도 가고싶어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후후.
2.
관련기사1.
신의 직장 ‘교직원’, 경쟁 사회로 탈바꿈? | Save Internet 뉴데일리 (newdaily.co.kr)
위의 기사들이 다음에 메인기사로 뜨면서 수백개의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었는데
그 댓글들대부분이 좋지 않은 소리들 뿐이었다.
사실 몇몇 소수의 지적처럼 그 조직에 속해있는 개인들 각자가 노력해서 들어간 기업이 대우가 좋다고
무조건 욕을 먹어야 하는건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 조직에 속해있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많은 어려움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할 것이다.
민원인들에게 툭하면 멱살잡히는 공무원 인생이나
교수에게 치이고 예의없는 일부 학생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인 교직원들의 비애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경험인 것이다.
따라서 급여가 높고 안정적이라는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맹목적인 비판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게 내생각이다.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 대부분 노동자이거나 결국엔 노동자가 될 사람이라면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될 것이고
따라서 신의 직장은 곧 그들의 꿈 혹은 지향점이 되기 마련이라는 점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결국 맹목적인 악플을 다는 이들의 행동은 대개 부정적이거나 삐딱한 사고방식을 가진,
결코 직장인으로서크게 성공하기 어려운 부류에 속해있을 가능성이 크며
희망조차 포기한 상태일 가능성 또한 크다고 하겠다.
그래서 이런 기사에 대해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나는 도저히좋아할 수가 없다.
부럽다고 말하는게 오히려 인간적이고 더 솔직한 태도가 아닐까.
게다가 누군가의 지적처럼 이런 기사는 '후진적'이고 촌스럽기만 하다.
급여로 채용되고싶은 회사를 결정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경향과 무관하지 않은듯 싶었다.
3.
나는 이십대 시절에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무역센터에서 개설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외국계 기업의 구매전문가(머천다이저)가 되고자 했는데
직업에도 인연이 있고 운이 있는지 크게 매력을 못느꼈던 교직원을 직업으로 삼게되었다.
-그 시절에는 사실 젊은이들에게 대학교직원의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교직원 생활은 남들 얘기처럼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수습시절부터 입학 업무에 동원되면서 허구한 날 밤을 새기 일쑤였고
부서배치 받은 후부터는 못된 선입관을 가지고 아무한테나 무례하게 구는 일부 학생들과
전쟁같은 날들을 보냈다.
다른 학생들 상담 때문에 본인의 대기시간이 길어졌다고 다짜고짜와서 욕설을 내뱉는 아이도 있었으며
결국 내가 분을 못참고 녀석의 멱살을 잡아 흔드는 일도 있었다.
전화로 함부로 지껄이는 사람들이 참 많아서
그런 전화를 받는 날엔 하루종일 마음이 언짢아졌었고
학생이 학칙에 안되는 일을 요구해서 그걸 거부할 때엔
학생의 등록금으로 먹고사는 주제라는 소리를들어야 했다.
툭하면 걸려오는 헬리콥터 부모들을 상대하는 일도정말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그 당시 나는 무엇보다도 대학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정해진 일들만 해야하는 게 너무 답답했었다.
그래서 입사 후 한 3년간은
나도 모르게 계속 신문의 채용공고에 눈길을 주곤 했었다.
4.
젊은이라면 적어도 꿈이 있어야하고
그 꿈을 위해서 좀더 넓고 큰 세계로 가야하는게 맞지 않을까?
우리 대학에도 요즘 수백대 일의 경쟁율을 뚫고 입사하는 젊은 친구들이 있는데
난 개인적으로 그들이 너무 안타깝다.
토익만점 수준에 일류대학 출신, 게다가 삼성이나 포스코 등에서 일하다 온 인재들이
편한 것만 찾아서 오는건 아닌지 싶어서였다.
내 기우일지는 몰라도 실제 그런 친구들이 있는 것도 같다.
그런 후배들은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사표를 던지는데
주로 두 가지 이유에서 였다.
하나는 입학처에 있던 후배로 일이 너무 힘들어서,
또 한 사람은 나와 같은 사무실에서일했던 서울대 출신의동료 후배로
나이든 강사에게 막말듣고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그만 두었었다.
그 후배의 퇴사를 지켜보면서 내가 입사가 결정된 후 평소 알고지내던 교직원 선생님 한 분이
내게 해주었던 충고를 떠올렸다.
기왕 교직원이 되었다면 딱 한가지만 기억해라.
그건 명예를 얻으려하지 말라는 거야.
또 하나의 일화가 있다.
증명관련 부서에서 일하던 어느 날
대학교직원이부럽다고 말을 건네온 졸업생 선배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선배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선배님은 이직이라도 하시겠다고 증명서를 발급받으로 오셨죠?
저희는 여기 나가면 받아주는데가 없어요.
공무원은 관련 업체에서 모셔가기라도 하지만
우리 일은 경력 인정조차 해주지 않아요.
그것이 부러운 일이기만 한걸까요?
요즘 최고의 직장이라는 대학교직원의 맹점은 바로 이런 것이다.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것.
"신이 내린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비애는 있다. '호환 불가능성'이 그 중 하나다. 경쟁사도,관련 업계도 없는 직장에 다니다 보니 직장 생활 도중에 이직을 하고 싶어도 마땅치 않다."(관련기사2.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0041901321
)
5.
어떤 직장이든 편하기만 한 곳은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든 조직문화상으로든 어려움은 겪기 마련이고
진정 사회에서 성공한다는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조직내에서의 이런 저런 어려움들을 모두 극복해내고
스스로의 발전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일 것이다.
영화제목처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판단하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성공을 바라는 사람으로서는 하지 말아야할 행동이다.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있고
극복해야할 어려움의 정도도 모두 다르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능력도 제각각 다르고
인생의 운명처럼 직업에도 인연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내가 직장을 구하는 가까운 후배들에게 꼭 하는 말은
연봉이나 기업이름을 떠나서 본인이 가장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곳이 최고의 직장 이라는 거였다.
나는 지금도 이런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나는 신의 직장 운운하는 기사는사회에서 어느정도 전문가라고 인정받는 기자라는 직업을 걸고 쓸 수 없는
매우 아마추어적이고 촌스러운 보도글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6.
처음에도 말했듯이 나는
신의 아들이면서 신도 모르는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분명 행복하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신의 아들로서 내가 받은 혜택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여성에 대한 할당제 등의 시행으로
공무원 조직에 들어가는 일은 더더욱 어려워졌고
군대다녀온 남자들과 할당제를 부여받은 여자들 사이에서
더욱 심한 차별을 받았다고 하겠다.
사회에서는 오히려 이런 새로운역차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언급해주지 않았었다.
한국사회는 오로지 군대다녀온 남자들과 목소리 드센 여자들의 차지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 동기 남자들이 군복무중인 동안 공부를 더 할 수 있었음에 만족하기로 했다.
대학교직원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조직의 폐쇄성, 변화로부터의 단절, 비전없음, 일부 교수, 학생들로부터의 근거없는 차별과
부서간 업무량의 차이가 큰 점, 명예퇴직의 압박 등과 같은 표면적 어려움은
어느 조직에서나 있을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 어려움은 내 스스로 명예를 구하고 그걸 위해 교육행정가로서의 전문성과 성실성을 갖추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조직의 문제에 대해 신랄하게 내부적으로 비판하고 개선을 주장하면서도
내가 맡은 일들에 대해선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요즘에는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을 만나는 업무를 보면서 새롭게 느끼는 것이
대학 교직원을 하면서 어느정도 역량을 갖추고 연륜이 되면
그걸 펼쳐보일 수 있는 기회가 의외로 많고 크다는 것.
오히려 기업에 비해 느슨한 조직문화 때문에 이런게 가능하다는 점.
이것이 요즘 내가 새롭게 대학 교직원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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