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들의 취업을 돕는 부서에서 일한다.
아이들을 위한 강좌개설 및 운영, 취업교육 기획 및 시행, 상담, 특강, 잡까페 운영과
각 기업체 채용설명회 및 채용상담 진행, 기업체 인재 추천, 아르바이트 소개 등이
내가 속한 부서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이곳에 올 해 2월에 발령을 받았다.
처음엔 모든 업무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었다.
그냥 무턱대고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만으로는 안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언과 기획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그동안 십년 넘게 해왔던 일들과는 너무나 성격이 다른지라
내색은 안했지만 신입사원처럼 하루하루가 긴장되었었다.
아이들이 찾아와서 상담을 요청할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별 성과가 없이 한달 쯤 지난 어느날
모 백화점 신입사원 추천자를 가려내는 업무가 주어졌다.
약 80명의 이력서를 스펙 중심으로 3개의 등급으로 분류한 후
소개서 중심으로 2차 분류를 했다.
그렇게 한장 한장 다 읽어가며 80명의 소개서에 대해 일일이 코멘트를 달아보았다,
그렇게 새벽 두시까지 추려내 최종 추천대상자들을 선별한 다음 날
전화기를 들어 추천이 결정된 아이들에게 일일이 추천대상자로 선발되었음을 통보했다,
물론 기록해두었던 지적사항들에 대한 코멘트를 날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원동기가 명확하지 않아요.
막연히 회사가 좋다는 식은 곤란하니 좀더 구체적이고 강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겠어요"
"경험 소개가 재미있긴 했는데 그런 경험이 지원하려는 회사 또는 지원업무와 잘 연관이 되지 않아요."
"자꾸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반복되는데 그런 말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좀더 구체적으로 본인이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서술해주어야하지 않을까요?"
"사진에 헤어스타일을 바꾸는게 좋겠어요,
거기는 하루종일 사람을 상대해야하는 곳이니 깔끔한 인상을 주어야해요.
집 근처 백화점에 가서 거기 근무자들이 어떤 옷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지 관찰해 보세요."
등등.
추천대상자 지원에서 떨어진 아이가 전화를 걸어왔을 땐
소개서의 문제에 대해 얘기해주고 변화를 유도하도록 했더니
오히려 읽어주어서 감사하다고 해서 나도 마음의 짐이 좀 덜어진듯하여 기뻤다.
처음엔 이런 나의 지적들이 과연 옳았을까 싶었는데
결국 그렇게 추려낸 30명의 추천자들 중 26명이 서류통과자로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나니
내가진행했던 일에 대해서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 경험으로 인해 자기소개서 첨삭을 부탁해오는 아이들도편하게 상대할 수 있게되었다.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일 뿐이었다.
나는 내 스스로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찾아오는 아이들을회피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런내 미진한 경험마저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나마 내가 문학을 전공하고 석사논문을 써본 경험이
아이들의 자소서 첨삭에 조금의 도움이 되었던 것도 같다.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많은 생각들을 했다.
틈틈이 관련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들을기록하고
조교들에게 의견을 물었으며
게중 괜찮은 반응이 나온 건에 대해서는 동료들이나 팀장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신입사원 추천을 요청받았는데 지원자가 없으면
기존에 받아두었던 이력서를 뒤져서 몇사람이고 전화 인터뷰를 해서
추천원서를 받아가게 했다.
회사채용 설명회를 위해 우리학교를 찾아온 인사담당자들에게는 무조건
어떤 사람들을 뽑습니까? 라고 물었다.
여러 회사의 인사담당자들의 대답은 조금씩 표현이 달랐지만 결론은 비슷했다,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패기있는 사람'
그것이 신입사원들에게 모든 인사담당자들이 기대하는 공통적인 요소였고 기대치였다.
그래서 나부터 우리 학생들에게 솔직한 사람, 열정적인 사람,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친절한 사람이 되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은 거꾸로 학생에게 물어보고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요령보다는 기본부터 갖춰나가기로 했다,
내가 만난 인사담당자들의 리스트와
채용상담에 파견나온 동문 졸업생들의 인적사항 정리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기본적인 일부터 시작하려니 할 일이 많아져서
늦게 퇴근하고 몸도 피곤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마음은 예전 부서에 있을 때보다 훨씬 편안했고 기분도 좋아졌다.
그런 내게 알고 지내던 타부서 동료들이 한 마디씩 했다,
"김과장, 얼굴이 환해졌어~ 요즘 살찐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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