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 비가 내렸나보다.
여전히 흐린 하늘을 쳐다보다 아침밥도 거른 채 집을 나섰다.
수동그린낚시터.
첫 방문 때가 봄이었던 것 같은데,
흐린 가을날에 네 번째로 와 본다.
관리소에 들러 맘씨 좋은 젊은 주인장에게 입어료와 컵라면 값을 건네고
많은 사람들을 피해 처음으로 관리사 건너 편으로 자리를 잡았다.
12:50, 낚시 시작.
2.9칸 외대에 323 집어제와 숙성한 갈새우+글루텐조합으로 미끼 사용.
근 1시간 만에 첫 입질을 받았다.
이후 한동안 미동도 않는 찌.
결국 옆 조사님들 따라 쌍포를 펴고서야 입질을 받아낼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바람이 꽤 불었고 몇몇 녀석들은 수면에 떠다녔지만
2시간동안 이 정도면 터가 세다는 이 곳에서 나름 괜찮은 상황.
하지만 이후 다시 1시간 동안 잠잠...
오후 4시가 넘어가면서 조금씩 입질이 살아나더니
연타까지 가능해지는 활성도.
저녁 6시까지 12마리, 개인적으로 이 곳에서 가장 좋았던 결과.
받아먹는 입질은 세 마리 정도 뿐이었다.
미리 사놓은 컵라면은 먹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떡밥들을 이용해 한 마리 추가하고 짬낚 마무리.
아침에, 여동생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대화 중에 나도 모르게 다들 너무 이기적이라고 화를 내고 말았다.
사실 어젯 밤부터 가족들 모두에게 화가 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결국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내뱉은 것 같다.
씁쓸하고 외로웠다.
달달한 커피처럼 맛있게 살고 싶은데
혼자만의 노력으로 안되는게 세상사 같다.
앞으로는 누군가를 위해 살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내가 원해서, 내가 원하지 않아서 하는 것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섭섭함도, 외로움도, 쓸쓸함도 느끼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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