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신념 혹은 원칙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9. 12. 2. 22:13

A는 변화무쌍하다. 상황에 따라 말을 맞출 뿐 생각이 없다. 아니, 상황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어쩌면 그의 생각일지도.. 그것이 어쩌면 그가 윗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의 장점으로 유일하게 꼽는 성실함은 스스로의 급한 성격에 기인하며 심리적으로는 자신의 학력과 능력에 대한 컴플렉스를 커버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알겠다.

B는 A에 비하면 꽤 용감하고 직설적이며 생각이 단단했다.처음에는 그렇게 보였었다. 그것이 나의실수였으리라. A 밑에서 일하면서 몇번의 시행착오와 실수를 거쳐 그도 변했다. 여전히 처음 그에 대한 나의 신뢰감을 유지하고픈 심정에서 하는 말일지도 몰랐겠지만 그는 원래 그런 인간이 아니었을 것이다. 즉, 그는 A 밑에서 A처럼 변해간 것이 맞다고 믿고 싶었다.

B는 경상도 사나이답게 목청이 쩌렁쩌렁했고 덩치에 맞게 몸짓도 매우 컸다. 그런 그의 모습들이 가끔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고 그것은 그에 대한 첫인상을 매우 유쾌하게 해주었었다. 그런 그가 요즘 A보다 더 심하게 오버하는 경향을 보였다. 행정에는 원칙이 있고 학생들에 대한 배려 또한 그 원칙 안에서 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선을 넘고 있었던 것이다. 정해진 원칙을 무시하면서 따지고 드는 사람들을 설득하다가 지친 것일까. 졸업자격이 안되는 이들을 취업했다는 이유로 졸업을 허가하는 태도는 행정하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미친 짓. 이런 이유로 마침내 나는 B에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무슨 행정을 그 따위로 하니? 원칙을 무너뜨리고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일을 하겠다는거야?무슨 일을 그렇게엉터리로 해?

B를 편드는 A에게까지 들으라고 던지는 고함소리...

언젠가 누군가 그랬다. 이제 우리는 교직원이 아니라 행정가가 되어야한다고. 정해진 원칙을 단순히 적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합리적인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에 따라 행정을 구현하는 전문가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였으리라. 그만큼 행정하는 사람에게 원칙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즉, 교직원은 원칙에 따라 존재의미가 구현된다. 따라서 행정가에게 있어 원칙은 목숨만큼 중요하게 지켜져야할 개념이며 이토록 중요한 원칙을 깨는 경우는 창조적인 원칙의 재정립을 위한 목적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할 것이라고 난 믿고 있다. 그래서 B에게 큰 실망감을 느꼈고, 그만큼 화가 많이 났었다. 그가 스스로 지키고자 했던 원칙을 깨는 행위는 신념을 버리는 것과 똑같았다.

* 원칙 = 학칙, 교육법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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