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입학사정관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9. 11. 16. 23:44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고 이틀간의 입학사정관제 면접에 진행요원으로 다녀왔다.

몸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졌고 여기저기저리고 아팠다.

그래도 난 천상 월급쟁이인가봐.

출근하고 나니 몸 아픈걸 잊고 일에 몰두하게되니 ...

입학사정관제 모집은 우리대학에서 작년에 처음 실시된 이후 이번이 두 번째였다.

석박사 출신들로 모집된 사정관들이 모든 업무를 주관하다보니 여전히 진행상 미숙한 점이 많았다.

여타 신문사에서 취재를 왔고 교육방송(EBS)에서 같이 합숙하면서 전 과정을 취재하고 있어

신경도 많이 쓰였다.

그래서 작년 첫 입학사정관제 모집업무에 참여했던 경험을 살려

행사 전체 일정표에서 제대로 준비가 안된 부분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개선을 도왔다.

그랬더니 나중에 행사 전반을 기획했던 여자 사정관이

내게 여러가지로 고마웠다고 따로 인사를 해왔다.

그 사정관, 첫 업무인듯 한데여러가지 진행상의 준비가 덜 된 부분들까지 발생해서

많이 당황스러웠을텐데도 비교적 차분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름대로 보기 좋았었다.

작년에 만났던 아이들처럼 이번 자기추천 전형에 참가한 아이들은 당돌하고 씩씩하고 특별했다.

성적이 비록 중간정도인 아이도 있었겠지만 녀석들의 눈빛은 초롱했고 시선은 늘 중심을 잃지 않고 있었다.

퇴소하면서 나올 때 한 녀석에게 어땠냐고 물으니

하고싶은 말, 자기 관심분야에 대해 많은 시간을 얘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했다.

참 아름다운 아이들이란 생각이 저절로 드는 ..

내 아이들도 저렇게 당당하게 자라주었으면 싶더라는 ..

그나저나 나도 이젠 늙었다.

작년엔 나름대로 아이들과 헤어지는게 섭섭했는데

올해는 내 몸 아프고 저린게 먼저 신경쓰이니..

내년에는 아마도 입학사정관 면접진행업무에 빠져야지 싶다.

내 업무를 보조했던 한 조교는

내게 따로 부탁해와서 버스 안에서 아이들과 작별 인사할 시간을 따로 주었더니

몇 마디 하다가 울먹울먹 하더라는 ...

관련기사

http://www.konkuk.ac.kr/Administration/Pub/jsp/Today/today_01.jsp?src=http://www.konkuk.ac.kr:80/do/MessageBoard/ArticleRead.do?forum=today&sort=6&id=54d9bfc

입학사정관제도에 대해

대학 내부에서도 왈가왈부 논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입학사정관 제도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

모든 대학이 서울대일 수는 없지 않은가?

수능점수로 백날 선발해봐도

우리 대학의 입학성적은 늘 서울 연고대 아래일 수밖에 없는게

엄연한 현실 아니던가?

결국 우리와 같은 수준의 대학들이 선발해야하고 또 선발할 수 있는 학생의 범위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걸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지금 당장 수능점수가 매우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면

미래에 큰 인재가 될 학생을 뽑는게 현실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더구나 입학사정관제는

대학 자율화의 중요한 출발이 되는 제도다.

많은 대학들이 진정으로 자율화를원한다면

입학사정관제도를 확대 시행하는게 옳다.

개인적으로도 두 번의 면접에 직접 참가해본 경험상

이보다 더 좋은 입시제도는 없다는게 내 생각.

두 해 동안 사정관 입시 면접에 참가해서 가까이서 선발과정을 지켜본 바,

떨어진 아이도 스스로 수긍할 수 있으며

합격이 되지 않아도 자신감을 잃지 않게되는 입학전형제도라는

확신이 들었다.

성적은 정말 행복순이 아닌데..

몇 개의 숫자 때문에 꽃같은 목숨을 버리는 아이들이

더이상 뉴스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 더캣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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