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온 여행길에
<메밀꽃 필 무렵>을 만나고 왔다.
전시관을 도는데
딸아이가 왜 이 사람이 유명하냐고 물어서
<메밀꽃 필 무렵> 이야기를 해주었다.
허생원이라는 떠돌이 장돌뱅이가
자기 아들인지도 모르고 동이라는 청년 등에 업혀서
달빛이 흐르는 메밀꽃밭을 걸어가는 이야기라고 해주었더니
딸아이의 평은 '결론이 시시해'였다.
"좋은 이야기꾼이 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거 같다, 쩝."
전시관 아래로 물레방아를 보면서 내려오는 길에 아내에게
현진건의 <빈처>,
나도향의 <물레방아>,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와
A.J.크로닌의 몇 몇 책들,
이상의 <오감도>,
이외수의 <들개>, <꿈꾸는 식물>,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들이
내 유년 시절에 참 많은 영향들을 미쳤다는 얘기를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