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칼럼] 최송희, '음악의 힘'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교도소 내 음악실에 문을 잠그고 들어가 수 십 년 간 음악이라고는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 죄수들을 위해 레코드판을 턴테이블 위에 얹는 장면이 나온다. 사막 같은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 위로 갑자기 단비처럼 내리는 아름다운 선율의 여성 이중창은 바로 은혜였다. 거친 삶을 살아온 죄수들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아리아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음악이라는 강력한 아름다움에 취해 그들의 표정은 마치 꿈을 꾸듯 그 순간 천국의 환희를 누리고 있었다. 음악이 어떤 음식보다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지옥훈련으로 몸이 지칠 대로 지친 병사들에게 저녁시간 아름다운 아리아를 들려주는 장면이 '지 아이 제인'이란 영화에 나온다. 멋진 마사지처럼 그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의 선율은 마취제처럼 그들을 순식간에 잠 속에 빠뜨려버린다.
이처럼 음악의 힘은 강력하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위에는 음악이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는 음악의 힘을 잘 모르고 살아간다.
음악을 그저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나 흥을 돋우기 위한 도구 정도로만 생각하는데 음악은 우리의 혈압과 맥박, 체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치료제가 된다. 때문에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웰빙에 이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창가에 앉아 허브차를 마시며 조용한 음악을 듣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마음은 평안해진다. 만일 열 받는 일이 있다면 '백조의 호수'나 베토벤의 '전원교향악'이 좋다. 마음을 가라앉히는데는 그만이다. 잠이 잘 안 오는 밤에는 '타이스의 명상곡'이나 쇼팽의 '전주곡'이 효과가 있다. 불안하고 초조할 때는 비발디의 '사계'중 가을이 특히 좋다.
그러나 만들어진 음악만이 음악은 아니다. 처마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소리나 졸졸 흐르는 시냇물 흐르는 소리, 아침 창가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도 다 음악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이런 자연의 소리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시켜준다. 코요태의 '디스코왕'같은 빠른 음악보다는 성시경의 발라드처럼 느린 음악들이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데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내면의 발산을 위한 강렬한 소리도 때로는 필요하다. 뮤지컬인 '난타'나 한국의 전통 사물놀이가 인기 있는 것은 신나게 두드리는 소리들이 카타르시스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내질렀던 함성이나 '오! 필승 코리아' 같은 노래들도 집단 카타르시스를 유도했다. 요즘 거리에서 시민단체, 학생들이 집회를 할 때도 북이나 요란한 음악으로 집단 흥분을 유도한다.
독일 '나치'도 군중들을 선동할 때 음악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순수한 스포츠 응원이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음악을 이용하는 건 교활한 수법이다. 젊은이들의 체온을 올리고 심장박동을 빠르게 만들며 슬며시 정치적인 구호로 이들의 마음을 한쪽으로 몰아가는 일은 히틀러에게나 어울리는 일이다.
<명지대 사회교육원 노화비만관리과 주임교수ㆍ대체의학 박사ㆍdocchoi77@freechal.com>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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