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어느 휴일날,
아침 일찍 시험 공부를 하러 버스를 타고 옆동네 도서관에 갔는데
공부할 자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서가가 있는 열람실로 갔는데 ...
결국 그날 하루종일 책만 읽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외수 들개, 꿈꾸는 식물과 몇권의 중단편들,
이상의 날개, 오감도와 최후, 그리고 몇개의 시들.
폭풍처럼 흡입되던 그 아름다운 스토리와 문장, 싯구들에 흠뻑 빠져들었던
가장 행복했던 한 때였다.
그런데 이상의 시들 중 이 시는 이제서야 봤다.
아마도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했던 그가
그 여자를 향한 마음을 드러냈던 시였으리라.
그런데 시보다 이 시를 쓴 시인이 더 이쁘게 느껴진다.
이런 남자만의 사랑방식을 여자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