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설날 아침에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16. 2. 9. 22:20

민규가 개에 물렸다.

시골집에 도착한 날 벌어진 일.

 

운전 피로감에 잠시 낮잠을 청하는데

어렴풋이 민규가 혼자 나갔다는 얘기가 들렸었다.

평소같으면 모르겠는데 이날은 왠지 느낌이 안좋아서

애엄마 보고 찾아오라고 하려했는데

마침 민규 또래의 조카녀석이 찾아본다고 하더니

민규랑 같이 들어와서는 개에 물렸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깊게 물리진 않았으나

무릎 근처에 두 개의 이빨 상처가 또렷했다.

어찌된 일인지 물으니

아이들 둘이 흰색 강아지를 몰고 나왔는데

그 강아지가 민규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물었다는 것이다.

녀석은 아팠지만 울지도 않고

바로 엄마에게 달려온 것이었지만

이런 상황이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났다.

느낌이 안좋았을 때 내가 바로 나가봤어야 하는건데....

 

동네 주변을 돌아봤지만

그 개와 아이들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애꿎게 민규에게 화를 내면서 다그쳐봤지만

녀석은 지가 뭔가 잘못해서 혼낸다 생각했는지

더 주눅들어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바로 112로 신고하게 해서 경찰이 왔다.

아이의 상처를 보여주고 개주인을 찾아달라고 했다.

이장님에게도 방송을 해달라고 했다.

경찰 중 나이든 사람은 대충 넘어가려는 기색이 보였고

젊은 한 사람은

털 많고 몸집 작은 흰색 개라던데 아무래도 명절쇠러 온 사람들이 키우는 애완견 종류인 것 같으니 주변 차들을 살펴서 외지인차 중심으로 개주인을 찾아봐 달라는 내 말에 약간은 관심을 가져주었다.

 

읍내 응급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게하고 소독을 했다.

의사 말로는

그 개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면 더 좋긴 하겠지만

일단 상처가 깊지 않으니 파상풍 주사를 맞고 소독을 잘 하면서 두고보는게 좋겠단다.

 

이후 경찰에게선 딱 한번 전화가 왔다.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범인 개는 오리무중.

아주 화가나서 끝까지 나혼자라도 범인 개를 찾아볼 생각이었지만

다행히 민규가 더이상 별 탈이 없어보여 노여움을 접으려 한다.

마누라에게선 지가 우리집 삐루한테 물려서 피가 철철 났을땐 안그러더니

애가 물렸을땐 내가 너무 노발대발해서 너무 차별하는거 아니냔식의

힐난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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