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대학에서 채용담당자로 일하기1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10. 10. 8. 22:22

나는서울소재K대학교에서취업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누가 들으면 오~ 전문가시겠다 하겠지만 사실은 아니올시다.

이제 겨우 7개월을 이 부서에서 근무했을 뿐입니다.

처음에 부서 발령을 받아 채용업무에 배치되었을 때는 기뻤습니다.

나를 비롯 교직원들에게 취업지원팀은 사실 꽃보직(?!) 중의 하나고 나름 대우받는 일을 하는 곳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발령받은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여기저기서 나, 즉 전문가를 찾는 아이들의 전화와 방문이 이어졌고

그 순간만은 정말 무조건 피하고만 싶었습니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너무나 뼈저리게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교직원으로서의 14년 경력과 2년간의조교 경력이 한 순간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듯한 절망감도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채 한달이 되지 않아 현대백화점그룹의 추천채용 의뢰를 받았습니다.

30명 추천에 90명의 이력서와 자소서가 책상 위에 쌓였습니다.

저녁도 굶고 무작정 아이들의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자정이 다되어 사무실을 나와 집에 온 후에도 계속 읽었습니다.

새벽 네시가 다되어서야 잠을 잤습니다.

세시간 정도 자고 출근해서 20명을 확정하고 나머지 10명을 확정하기 위해

읽었던 자소서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아이들의 이력서도 탈락자로 분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해서 추려낸 30명.

이들이 나의 첫 시험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천자 명단을 송부하고 몇몇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헤어스타일이 백화점에 근무하기엔 부적합해 보이니 바꿔봐라. 잘 모르겠으면 근처 백화점을 방문하여 근무자들의 헤어스타일을 관찰해라"

"스펙은 좋지만 경험이 부족해보인다. 일단 선정은 했지만 경험이라고 생각하도록 해라."

"많은 경험을 서술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내용이 없다.지원한 직무와 관련된 경험의 서술이필수다. 그것이 당신이 탈락한 이유다"

등등...

두번 이상씩 밤새워 가며 읽었던 소감을 말한 것이긴 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었습니다.

누구에게 물어본 것도 아니고 배운 것도 없으니 ...

다행인 것은 현대백화점에 근무하는 동문이 연락을 해와

지원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별도의 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약 두달 이상의 시간이 흐른 후 떨리는 마음으로 현대백화점 인사부에 전화를 걸어 담당과장을 찾았습니다.

그는 내게 연락을 미리 드리지 못해 미안하다면서도 이번 채용에 우리대학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합격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무척 기뻤고

한편으론 안심도 되었습니다.

내 선택이 크게 잘못되진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 업무에 대해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사전에 입수한 최소의 스펙기준과 유관 경험, 남녀 추천자수 비율 등을 고려했고

특히 지원자들의 자소서 내용에 많은 점수비중을 두어 선발을 했었습니다.

문학을 전공했고 석사논문을 썼던 경력이

아이들의 자소서 평가에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상식과 말하기보다 평소 사람을 관찰하는 습관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게 먼저 연락을 해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준 그 동문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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