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인연, 그리고 깨달음들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3. 2. 20. 20:06

개인적으로 난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이 좋다.
그러면서 일까지 잘하면 더 좋다.
과 후배이기도 한 A도 그런 사람이었다.
녀석이 며칠 전, 해외파견연수자로 선정되었다면서 인사하러 찾아왔는데
참 고마웠다.
대체로 그런 일로 인사다니는 후배를 본적도 없었기에
일부러 찾아와준 것 같아서 순간, 내 얼었던 마음이 잠시 따뜻해졌었다.

후배 팀장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사람이 좋아 속상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그저 허허 웃어넘기는 B.
난 녀석에게 그저 툭툭 어깨 한번 쳐주는 것 밖에 해줄게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녀석은 그런 내게 늘 고맙다고 한다.

아주 예전에, 
그가 자신의 전문성과 노력을 들여 대학평가 대비시스템을 구축해놓았을 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나무라고 비판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 와중에 내가 그의 상사로 발령이 났고
그때 나를 발령냈던 자가 나에게 그랬다.
그녀석이 너무 나대지 말게 꾹 누르라고.
세상에...
사심없이 학교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해온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할 일을 많게 만들고 그런 이유로 잘난 척 한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이유로 미움받고 욕을 먹고 있는 것도 딱한데
나보고 앞잡이가 되어 그를 억압하라니.
그런 상사에게 난 그대로 선을 넘어버렸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녀석을 불러 말했다.
너, 앞으로 열심히 일하지마. 야근하지마. 그리고 병원가서 치료부터 받아.
녀석은 일년 내내 야근하느라 허리가 부러지기 직전일 만큼 몸이 망가져 있었고
그런데도 시급한 허리수술을 계속 미루고 있는 중이었고
다른 사람에게 듣기에 가정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아내도, 아이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조직은, 사람들은 
때때로 너무 가혹하고 잔인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고 있었는데
아직도 그 어느 누구도 본인들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참 비정한 사람들 ..

오늘 그가 7월에 있을 행사에 잘 좀 도와달라는 얘기를 하러 사무실로 나를 찾아왔다.
사실 내가 특별히 도와줄 일도 없는데도 온 것 보니
녀석이 요즘 좀 힘든가보다 싶었다.
이런 저런 얘기 나누다가 그에게 말했다.

B팀장, 아이가 몇반인지는 알어? 너무 일에만 몰두하지 말어. 
우린 어쩌면 가스라이킹 당한 것일지도 몰라. 
조직 발전, 학교 발전이라는 실체도 없고 허울좋은 명목을 위해 몸 바쳐 일해야 한다고 배웠자나.
그런데 있잖아, 내 나이 되어보니까 나에게 남는게 없더라고. 
무슨 인정받는거 그런게 아니라 그동안 열심히 한 게 지금의 나에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어떻게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내 가족들에게 난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었나 하고 생각해보니 
후회가 좀 생기더라.
일 열심히 하는 것도 좋은데 이제는 가족과 본인을 위한 노력도 생각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녀석은 특유의 긍정적인 제스처로 진짜 좋은 말이라며
사실 요즘 명퇴도 하고 싶어지고 그런데 퇴직 후 연금이 나오지 않으니
마음처럼 할 수도 없고 답답하기만 했는데
형이 이렇게 좋은 얘기 해주니 좋다고, 이러니 안 찾아올 수가 없다면서
또다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가장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버는 사람, 희생하는 사람이고,

많은 것을 가족을 위해 참아내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가장은 더욱 회사에서 열심히 하고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 순간 

그 달려온 시간 속에 내가 없다는걸 깨닫는다.

내가 없고 가족이 없는 시간,

그저 밥  먹고 살기 위해 달리기만 한 시간들이 

어느 순간 후회로 밀려든다.

 

회사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꼈을 때라도

늦지 않았다.

그때부터라도 다르게 살아야 한다.

비록 많은 것을 잃고 난 후의 뒤늦은 깨달음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더 잃을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한번 뿐인 소중한 내 인생, 

나를 위해 제대로 살아봐야 한다.

 

회사를 그만 둔 후에라도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 요즘 내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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