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 세상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던 때가
아마 10살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남보다 가난하고
그래서 내게 자석필통이랑 소세지반찬은 어림도 없는 소원이란걸
알고 있었다.
그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가 학교에서 늘 혼자였던 이유가...
누군가의 생일파티에 불려가는 일도 없었고
손을 들어 의견을 발표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웠다.
선생님이 강제로 교과서 읽을 사람을 지목하면
책을 소리내어 읽는 내내 숨이 가빠져서
내 목소리는 자꾸 끊어졌고
두 팔과 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기 일쑤였다.
누가 날 부르거나
나를 잠시동안 쳐다보기라도 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여전히
그 시절을 떠올리면
선생님께 말도 못하고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참다가
교실바닥에 흘려버린 오줌냄새가 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