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운수 좋은 날 _ 고담낚시터 (2020.12.11.~12.)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0. 12. 12. 20:13

여러가지 갈등과 고단함 속에 잠시 직장일을 손에서 놓고 금요일 오후, 아내와 둘이 이천으로 홀연히 낚시 여행을 떠났다.

다들 물낚시를 마감하는 와중에 이천 성호낚시터를 가볼까 하다가 사람들이 몰릴 것 같아 상대적으로 한산할거로 예상된 고담낚시터로 왔다.

 

높은 산 중 언덕길을 넘어서자마자 저수지 전경이 펼쳐지는 묘한 분위기의 고담낚시터.

 

주인장이 요즘은 깊은 수심에서만 나온다면서 신형 좌대로 들어가라 하는데 허허 참.

고담에서는 늘상 낮은 수심에서만 머물렀던 지라 70cm이상 장찌들을 집에 놓고 왔던 상황.

혹시나 싶어 챙겨온 68cm짜리 호연전자찌와 안작찌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것저것 와이프 자리와 내 자리 세팅을 하다보니 오후 4:30.

 

다음 주 폐장이라 식당도 휴업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근처 고깃집에서 뜨끈뜨끈한 갈비탕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6시경 부터 본격적으로 낚시 시작.

 

두번째 투척도 전에 오른쪽 대에서 입질. 바로 후킹 성공.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아내는 입질 한번 못본 채 발이 춥다고 8시도 안되어 방으로 ...

 

혼자서 구름 잔뜩 낀 밤하늘 초생달 아래, 3.5m 수심 위에서 찌불을 노려보며 극도로 예민해진 붕어들과 새벽 2시까지 힘겨루기.

 

결국 두자리수(붕어 10마리)를 채우고 따뜻한 방에서 아침 9시까지 기절.

 

조과는 적어도 내가 낚시하는 동안 만은 옆 좌대 세 분 조사님들 합한 것보다 내가 두 배 더 좋았던 것 같다.

낚시터에 조사님들이 적어 전체적으로 한산했고 조황도 몰황이었는데 나만 그럭저럭 선전했다고나 할까.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평소 말썽없던 핸드폰 네비가 근방에서 낚시터를 못찾아 한참을 헤매게 만들더니

낚시 중에는 의자 위 방석이 떨어져 난로를 덮치는 바람에 기절초풍했었다.

입고갔던 오리털 바지에까지 불이 옮겨 붙었는데 다행히 의자까지 불이 옮아가지는 않아 그저 겨울 밤의 한바탕 소동으로 끝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철수 준비를 하던 와중에는 순식간에 내 핸드폰이 물속으로 다이빙하고

그걸 건진다고 뜰채를 들고 이러저리 물속을 휘젓다가 결국 뜰채망까지 유실.

 

허허허 ....

 

이렇게 올 한해 내 마지막 물낚시가 좋았다가 급락하는 주식처럼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채비 중 딸래미에게 카톡으로 보낸 이 사진이

고담낚시터에서의 유일한 한 컷.

폰과수백개의 연락처들을 잃어버린 것에 화가 났지만

이젠 사람도  욕심도 버릴 것은 버리고 가야할 때

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