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모놀로그 11

노란 하늘

2023.12.21. 여동생의 안부를 묻는 미국 사는 이종누이의 갑작스런 보이스톡 통화. - OO가 톡으로 갑자기 미국 가도 되냐고 묻길래 와도 된다고 하고 전화를 하니 받지 않더라. 무슨 일 있니?? 느낌이 안좋아 서둘러 통화를 끊고 아내에게 전화를 넣어보라고 했더니 밤 열시면 주무실텐데 내일 하자고 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전화 좀 해보라면 하지 왜 자꾸 토를 달어? 걸어보라면 좀 바로바로 걸어봐!! 여동생과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아 바로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잠시 바람 쐬러 나갔다는 말. 아니, 이 추운 밤에 애가 어딜 나가냐고, 별일 없는 거냐고 다그치듯 물었더니 그제서야 애가 요즘 좀 안좋다고, 오늘 원래 진료받는 날 아닌데 낮에 여동생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면서 의사가 ..

넋두리

ㅈㄹ같은 사내문화 오지게 수평적인 위계질서 팀장이 팀원 눈치보는 회사 힘있는 부서에서 하라는대로 해야하고 힘없는 부서 상사의 말은 무시해도 그만 조금만 지적해도 꼰대질로 여론몰이 자기의 잘못은 모두 상사탓이고 부서가 잘되는건 오직 자기탓이라고 조작질하는 팀원들 일에는 1도 관심없고 오로지 사내정치질에만 집중하는 조직 감당할 수 없는 업무는 무조건 내 일 아니라 하고 조금만 힘들어도 업무량이 공평하지 않다고 대놓고 불평질 부하의 잘못을 지적하면 바로 다음날 부하를 부당하게 대하는 상사로 소문나는 회사 그런 소문으로 평가받고 한직으로 쫓겨나도 참아야하는 회사 모든게 주관식인 인사평가는 엉터리 인기투표 그러니 업무보다는 사람관계가 최우선 왕따질은 처세술로 둔갑한지 오래 어디 직원들 뿐이던가. 원칙대로 하라하면..

헛웃음

전에 누군가 고통이 깊으면 헛웃음이 난다고 했던거 같아 마음같아선 확 엎어버릴 것 같았는데 자꾸 허허롭게 웃게 되네 생각같아선 톡 쏘아주고 싶은 사람한테도 그냥 허공만 보고 허한 웃음만 날리고 마네 눈을 똑바로 보고 하고싶은 말을 기어이 해버리고 말았음 좋겠는데 눈은 아래로 떨구고 입으로는 자꾸 마음과 다르게 말하게되니 소리안나는 입을 가지고 눈만 멀뚱멀뚱 뜬 자의 처지와 다를게 없군 멀쩡한 다리를 두고 걷지 못하는 자의 심정도 알겠더군 Finger Eleven - Paralyzer

개같은 내인생2

어렴풋이 세상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던 때가 아마 10살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남보다 가난하고 그래서 내게 자석필통이랑 소세지반찬은 어림도 없는 소원이란걸 알고 있었다. 그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가 학교에서 늘 혼자였던 이유가... 누군가의 생일파티에 불려가는 일도 없었고 손을 들어 의견을 발표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웠다. 선생님이 강제로 교과서 읽을 사람을 지목하면 책을 소리내어 읽는 내내 숨이 가빠져서 내 목소리는 자꾸 끊어졌고 두 팔과 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기 일쑤였다. 누가 날 부르거나 나를 잠시동안 쳐다보기라도 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여전히 그 시절을 떠올리면 선생님께 말도 못하고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참다가 교실바닥에 흘려버린 오줌냄새가 나는 것 같다...

개같은 내인생1

스무살적 일이었다. 예비군훈련에 불참해서 벌금고지서가 나온 선배의 부탁으로 담당자를 만나러 동사무소에 갔었다. 담당자와 이런저련 얘기를 하다가 담당자가 보던 서류를 펼쳐놓고 잠시 자리를 비웠었는데 그때 누군가가 내게 다가왔다. 내 앞에 펼쳐져있는 서류를 보더니 다짜고짜 나를 몰아세우더라. 당신 이게 무슨 짓이냐고, 누구길래 이런 서류를 함부로 훔쳐보냐고 눈에 심지를 돋우며내게 고함을 쳤다.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난 순간 너무나 어리둥절했고,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음을 깨닫고나선 그저 숨고만 싶어졌었다. 내가 진짜 무슨 잘못을 했나 싶었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이 모든 일의 시작이 내 앞에 놓여져 있던 그 서류때문이었음을 알아차렸다. 민원인이 보아서는 안될 서류였었나 보다. 사실 그것 때문이었..

소설같은 이야기2

만약 당신에게 영화같이 믿기 힘들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그 영화같은 일이 벼락부자가 되는 거냐구? 예쁘거나 멋진 이성을 만나 꿈같이 사는 일이냐구? 애인 앞에서 근사하게 깡패들을 물리치는 일이냐구?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럴 수만 있다면 더이상 바랄게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영화같은 일이란게 모두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영화에는 멋진 남자, 예쁜 여자, 부자들이 많이 나오지만 화면 전체가 핏빛으로 물드는 일도 빈번하지. 그리고 정말 유감스럽게도 실제 인생은 핏빛 스크린에 가깝다. 아주 피처럼 붉지는 않더라도 잿빛 콘크리트 바닥길이 비춰지는 화면처럼 단조롭고 지루한 경우가 훨씬 많지. 세상 일이란게 그런거 같다. 곧 닥쳐올 불행을 예감하지 못하고 늘 행복해지는 꿈만 바라보면서 사는게 인생이라는 거지. 공포영..

#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이야기

내가 공부할 때 얘기를 해볼까 해. 스물 다섯부터 두 해 정도의 일이지. 그때는 정말 열정적인 시절이었어. 마지막으로 해보는 공부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진지하고 절박했었지.난 그때 내가 정말 천재라고 말하고 다녔었어. 처음엔 다들 비웃었었지만 결국 몇가지 사건(?)들로 인해 조금은 나를 인정해주었었어.정말 난 못말리는 영문학도였던 것 같아. 참 많은 사고(?)들을 치고 다녀서 늘 사람들 대화의 주제가 되곤 했었지. 그래도 사람들한테 미움을 덜 받았던건 그들이 내게 꽤 도움을 받기도 했었거든. 이를테면 난 그때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해서 전공관련 책들 뿐만 아니라 관련된 사회과학 서적들의 위치들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지. 그래서 사람들이 발표나 논문준비 등으로 관련 책들을 빌려야할 때마다 나를 찾아다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