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스크랩]무서운 음악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10. 1. 17:10

수년전 어느 여름날 겪은 일화입니다. 더운 여름밤 잠이 오지않아 FM라디오 심야방송을 듣고 있었습니다. 요즘도 마찬가지지만 여름만 되면 방송국 여기저기서 납량특집을 준비하고는 하죠. 그날 방송도 납량특집으로 당시 유행하던 '공포 구전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는데,,, 별 대수롭지 않게 듣고있다가 '핵폭탄'을 맞았습니다. <엘레베이터 시리즈>를 듣게 된 것이죠. 그 때 처음 들었는데 '내가 니 엄마로 보이니'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멍해지더군요.(누구나 경험해본 일이겠죠?)

'공포'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음악으로 한술 더 뜨더군요. DJ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묘한 반주와 중저음의 남성들 합창이 어우러진 스산한 분위기의 음악이 흐르자 저는 거의 '패닉'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 생소한 음악이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당시 꽤 인기를 끌던 유럽 뉴에이지그룹 '이니그마(Enigma)'의 <메아 쿨파(Mea Culpa)>였습니다. 음악으로도 공포영화나 소설 못지않은 '납량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죠. 그 후로 저는 '피서법'으로 음악듣기를 빼놓지 않는답니다.

사실 공포영화에서도 시각보다 청각효과에 관객들은 더 큰 공포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공포영화를 만들 때 제작자들은 음향효과에 더욱 신경을 쓴다죠. 올해 큰 히트를 기록한 호러영화 <장화,홍련>이나 <주온>을 보면 확실히 공감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스릴러의 고전 <사이코> 역시 음향 덕을 톡톡히 본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미궁>을 세번 들으면 죽는다(?)'
가야금 명인이자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황병기의 <미궁(迷宮)>이 얼마전 인터넷 게시판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궁>은 황교수의 1975년작으로 이 곡을 세 번 들으면 죽는다는 엽기적 루머가 인터넷으로 급속히 확산되었었죠. 특히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를 표현하는가 하면 울고 웃고 절규하는 홍신자씨의 목소리가 '압권'이라는 것이 네티즌들의 소감이었습니다.

뒤늦게 인터넷으로 이 음악파일이 퍼지면서 엄청난 반향이 일자 황교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아예 '미궁에 대한 질문과 답변' 코너를 만들어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90년대 대중음악의 아이콘 '서태지와 아이들'도 한 몫 했었죠. 3집앨범에 수록된 <교실이데아>를 거꾸로 들으면 '피가 고파~'라는 괴성이 나온다는 것이었는데 그 음악(<교실 이데아>를 거꾸로 틀었을 때) 역시 꽤 공포스러웠습니다. 당시 '백워드매스킹' 논란을 일으킨 일대 사건으로 전국의 청소년들이 '서태지와...'의 테이프을 구입한 후 일부러 뒤집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들는 자는 자살한다'…정말 무서운 음악
국내 개봉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동명 삽입곡 <글루미 선데이>는 엽기 중의 엽기노래로 손꼽힙니다. 레코드로 발매된 1930년대 당시 8주만에 헝가리에서 이 노래를 듣고 약 200명이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이 곡을 작곡한 레조 세레스 역시 68년 고층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했다니(앞서 얘기한 <미궁>의 자설설이 아마도 여기서 연유된 듯 합니다.) 어떤 곡인지 궁금해지지만 아쉽게도(?) 원본은 찾을 수가 없다는군요. 그후로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해서 노래는 계속 이어져내려오고는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곡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엔야'의 곡들도 더러 무서다는 느낌이 들만한 음악이 있습니다. 신비로운 가성으로 노래하는 '엔야'의 음악이 전부 감미롭지만은 않더군요. 이밖에 많은 뉴에이지 계열의 음악들에서 공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쟝르로 따진다면 '록'음악도 '한 공포'합니다. 근래 최고의 '엽기가수'로 군림하고 있는 '메릴린 맨슨'의 곡이라면 대부분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맨슨의 경우 뮤직비디오로 감상한다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웬만한 '블랙·데쓰' 메탈밴드의 곡이 적지않게 공포스럽습니다.

지리한 장마가 물러가고 본격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간편하면서도 공포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음악 피서법'은 어떨지요. 하지만 너무 남용하면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적당히 즐기시기를….

<한병규의 ET-ONLINE>
굿데이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