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풍경

오사카 여행 (2023.12.31.~ 2024.1.2.)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4. 1. 5. 00:06

 

(첫째날) 오사카

일본 유학파 출신 가이드로부터 직접 듣는 일본 역사 얘기는 책으로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고 좋은 공부가 되었던 것 같다. 이런게 내가 패키지 여행을 즐기는 즐거움 중의 하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살았던 성. 전쟁에서 패하게 되면 일가족 모두가 저 성안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침략을 막기 위해 파놓은 10m 깊이의 수로를 흐르는 물결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미국이 어떻게 일본경제와 한국경제를 좌지우지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강대국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고 일본이 유독 미국에 대해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둘쨋날) 교토, 오사카

대나무 숲길도 걷고 오사카 시내에서 쇼핑도 하고 딸아이가 좋아하는 까페도 찾아서 가보고 ...긴장감도 풀어지고 우울했던 마음도 풀 수 있었던, 꽤 알차고 감사했던 순간들. 지진 때문에 이런 저런 문자들을 받긴 했지만 안전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여담이지만 어디선가 읽은 건데 일본에 교회가 없는 이유가 일본인들은 모든 만물에 신이 있다고 믿고 있기에 유일신을 섬기는 기독교가 그들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실제로 교회는 전혀 보질 못했던 것 같다.  또한 폐쇄적인 국민성과 달리 온갖 신을 모시는 신사와 불교 사찰이 공존하는데 이는 신사는 현생을, 사찰은 내세를 위한 곳으로 믿어 장례를 불교사찰에서 치른다고 한다니 참 재미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셋쨋날) 고베

지진 때문에 바닷가에 살고 싶어하지 않고 산 밑 언덕자리가 오히려 부촌이며 목조주택이 많고,

절벽 산의 특성 때문에 생각보다 주거할 수 있는 주택지가 많지 않다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일본인들이 남에게 폐끼치지 않으려는 특성이 생겼다는 얘기와

쫓아내면 갈 곳이 없기에 직접적인 항의보다 돌려까기 식의 화법이 발달했다는 문화적 특성까지

듣고나니  일본인에 대해 내가 잘 모르거나 오해하는 부분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군국주의에 물들어 세계대전의 주역 중 하나가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그래서 일본 현대사를 들으러 히로시마를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짧지만 적당히 많이 보고 많이 배우고

내게 필요했던 시간을 벌어준 여행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얘기하다보니

한자로 대판이라 불리는 이 곳이 어머니가 태어난 곳이란다.

진즉에 알았더라면 좀 더 젊으셨을 때 모시고 올 걸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