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2024년 봄, 낚시 시작 (2024.3.3., 배양리낚시터)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4. 3. 4. 22:42

자다 중간에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

마음이 뒤숭숭.

참 요상한 꿈을 꾸었는데

마음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느낌이 썩

깔끔하지 않아서 ..

그렇게 오전 시간을 뒹굴뒹굴, 대충대충 보내다가

햇빛샤워나 하자며 도착한 배양리낚시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내가 도착한 오후 시간에 전체적으로 조황도 몰황이었는데

원인은 바로 똥바람.

햇빛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버티고 있지만

차갑고 이러지리 미친듯 헤매는 매서운 바람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옷깃만 자꾸 여미게되는 상황의 연속.

그러던 중에 갑작스러운 여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 오빠, 나 독립하고 싶어.

- 안돼. 그렇게 나가살다 너 아프면 엄마, 아빠가 대처도 못하는데 어쩌려구 그래.

- 오빠, 이번엔 나 믿어주라. 근처에 방 얻어서 나가살고 싶어. 

- 아직은 너 못미더워. 너 처음에 병 얻었을 때 네가 벌려놓았던 일들 생각해봐. 지금 네가 하는 말들, 그때랑 똑같아. 그리고 너는 너를 믿니? 네가 병 다 나았다고 확신할 수 있어?

- 아니...

- 너도 아직 너 자신에게 확신이 없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너를 믿어줄 수 있겠니. 그리고 네가 나가살면 어머니, 아버지는 누가 돌보라고 .. 주무시다가 갑자기 아프시면 네 덕분에 어떻게든 조치하고 그랬었잖아. 그래서 나도 네가 고맙고 그랬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 오빠 말 듣고 조금만 더 잘 버텨보자. 대신 가끔 주말에 우리 집 와서 오빠랑 언니랑 쇼핑도 하고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도 가고 하자.

- 알았어...

 

최대한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통화를 했지만

전화를 끊고 나선 눈앞이 캄캄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형이란 사람은  나이 40에 외국에서 홀몸으로 세상 뜨고

여동생은 50 넘게 독신으로 지내면서 몹쓸 병으로 고생하고 ..

매일매일 빠르게 연로해지면서 여기저기 아프다고 말하면서도

나 걱정할까봐 자꾸 감추려고 하시는 부모님.

안정적이지 못해 불안불안한 남동생네...

걱정거리 한 가득인 집안에 태어나 내 걱정거린 뒷전에 두고

평생 장남 노릇을 해야하는 팔자를 탓하곤 하지만

여전히 두려움 속에 살고 있는 여동생을 생각하면 팔자타령도 사치인 것만 같았다.

 

에혀, 마음도 그렇고 바람도 정신없이 불고 낚시도 안되고 해서

네 시간 만에 철수하기로 마음 먹고 뜰채를 정리하다가 돌아보니

찌가 사라지고 없다.

잽싸게 대를 낚아채니 하하,

반갑구나 붕어야~

결국 체면을 세워준 이 녀석 덕분에

잠시 우울함을 날려보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