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요즘 일터에서 벌어지는 일들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4. 8. 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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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일하는 일터에서는
최근 몇년간 공문이 부쩍 늘었다.
누가보면 모두들 열심히 일하는줄 알겠다.
내용들이 너무 어이없어 헛웃음만 났다.

이를테면
각 부처로 퇴직예정자들 정보를 통보하면서
각 소속부처가 개별적으로 퇴직처리(신분증 반납 여부 확인 등)하고 
그 결과를 공문발송부처로 회신하라는 내용.

이게 어이가 없는게,
공문발송부처에서 직접 퇴직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거다.
신분증 같은 경우는 반납 상관없이 전산으로 불용 조치하면 될 것을
굳이 부처별로 처리하라는건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이기도 하고
그저 해당부서의 담당자가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을 
퇴직자가 소속된 부서별로 나눠서 처리하게 하는 것밖에 안된다.
해당부서 담당자에겐 효율적일지 모르겠으나
전체적인 처리시간이나 수고 면에선 이보다 더한 비효율은 없다.

외부기관 통계보고업무 또한 마찬가지.
주무부서에서 전산실로 일괄 의뢰하고
각 관련부서들이 확인만 하게 하면 될 일을
각 부서별로 전산실에 개별 공문으로 의뢰하라고 한다.
수치 입력 또한 주무부서에서 전산실로부터 관련 엑셀파일을 넘겨 받아
사이트에 일괄적으로 업로드하면 될 일을
굳이 각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전산실로 해당통계를 요청 후 내려받아서
개별적으로 외부 통계사이트에 입력하게 한다는게
내가 일해왔던 방식으로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대략 짐작이 갔다.
속내는 결국 주무부서의 책임을 관련부서들에게 분산시키겠다는 것.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또한 명확했다.
주무부서 담당자의 업무지식은 점점 축소되고
관련부서들에서는 불필요한 업무량만 늘어나면서 계약직 인력들의 불만과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
관련부서들 중에는 달랑 정규직 1명과 계약직 1명인 곳도 많았는데
이에 대한 별도의 인력 충원 논의조차도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곳이 한 두 부서가 아니라는 거.
한동안 본부부서들이 경쟁적으로 업무들을 이관시키는 현상들을 경험하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나올 지경이었다.


##
어떤 얘기들은 더 심각하게 느껴졌다.
예를 들면, 
계약직 담당자가 본부부서 담당자에게 업무관련 질문이나 제안에 대해 얘기라도 하면
자세한 설명 대신 타박부터 하거나 고압적으로 지적질을 하는 경우에 대한 얘기들이 그렇다. 
행여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이거나 팀실장의 얘기라 해도
그저 들어주는 척만 하지 제대로 이해하거나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때때로 정확하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면
되려 기분 나빠하고 불쾌해하거나 본인들의 어려움만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끝.
그러다보니 본부부서 담당자들의 업무 지식이 경우에 따라 심하게 차이가 나고
그래서 요즘 일반인들의 문의전화가 뺑뺑이도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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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터가 이렇게 변하게된 건 여러가지 환경적 요인들이 있을게다.
평가가 공정하지 않다거나
아무리 일해도 급여가 달라지지 않는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열심히 일하려고 하질 않겠지. 

그런 상황들을 고려하더라도
난 여전히 내가 직접 경험한 몇몇 개개인들에 대해선 이런 확신을 갖게 된다.
일터 상황이나 개개인의 업무지식,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개개인의 일에 대한 기본 태도의 문제라는 것.
본인이 원래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노력도 안하면서 주변여건을 탓하는 건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제대로 일을 가르치지 못하는 선배직원이나 팀장들의 역할이 부재하다는 것이었다.

인사가 만사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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