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인 막둥이 둘째 놈이 가끔씩 기대를 뛰어넘어 깜짝 놀라게 할 때가 있다.
공부도 곧잘 하는데다 여러가지로 재주가 좋은 녀석.
최근 진로선택과목 관련 얘기를 나누던중 국어국문학과를 가고 싶다면서
가장 최근에 상 받은 과제물로 책 한권을 가져오는데 그걸 보고
한순간 멍...
녀석이 들고 온건 자작소설이었다.
자그마치 400쪽 가까이 되는걸 써서 자비출판으로 주문해온 거라는데
평생에 내 이름으로 책 한권 남겨놓는게 꿈인 지 아비를 어찌 이리도 당황스럽게 만드는지 ...
중학생 때부터 평소 서점에 가면 철학책만 찾는 것도 의아했는데
뜬금없이 자작 소설책을 들고나와 국문과를 가고 싶다니 ..
어려서부터 컴퓨터 코딩수업도 잘 따라가고
바이올린이랑 피아노에도 재능이 있어 보였는데 갑자기 다 그만두고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예술대 대학생들이 쓰는 도구를 쓸 정도로
웹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며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까,
참 궁금했었는데 ...
학교 과제에서 컨텐츠 제작도 꽤 잘해서 상도 몇번 타온적이 있기에
정 국문과를 가고 싶다면 꼭 문화컨텐츠학과를 복수전공하라는 말로 상담을 마쳤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도 난 여전히 어안이 벙벙...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정말 녀석이 어디까지 사람을 놀라게 할지 가늠할 수가 없다.
기대했던 것보다 공부도 잘하고
무엇보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게 너무 보기 좋다.
아내는 그런 자식 덕분에 늘 웃음이 끊이지 않고 ...
난 그저
녀석이 무엇을 하건 나보단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 소원은 정말 그것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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