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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불출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3. 7. 17. 09:39

고1인 막둥이 둘째 놈이 가끔씩 기대를 뛰어넘어 깜짝 놀라게 할 때가 있다.

공부도 곧잘 하는데다 여러가지로 재주가 좋은 녀석. 

최근 진로선택과목 관련 얘기를 나누던중 국어국문학과를 가고 싶다면서 

가장 최근에 상 받은 과제물로 책 한권을 가져오는데 그걸 보고

한순간 멍...

 

녀석이 들고 온건 자작소설이었다.

자그마치 400쪽 가까이 되는걸 써서 자비출판으로 주문해온 거라는데

평생에 내 이름으로 책 한권 남겨놓는게 꿈인 지 아비를 어찌 이리도 당황스럽게 만드는지 ...

중학생 때부터 평소 서점에 가면 철학책만 찾는 것도 의아했는데

뜬금없이 자작 소설책을 들고나와 국문과를 가고 싶다니 ..

어려서부터 컴퓨터 코딩수업도 잘 따라가고

바이올린이랑 피아노에도 재능이 있어 보였는데 갑자기 다 그만두고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예술대 대학생들이 쓰는 도구를 쓸 정도로 

웹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며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까,

참 궁금했었는데 ...

 

학교 과제에서 컨텐츠 제작도 꽤 잘해서 상도 몇번 타온적이 있기에

정 국문과를 가고 싶다면 꼭 문화컨텐츠학과를 복수전공하라는 말로 상담을 마쳤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도 난 여전히 어안이 벙벙...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정말 녀석이 어디까지 사람을 놀라게 할지  가늠할 수가 없다.

기대했던 것보다 공부도 잘하고

무엇보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게 너무 보기 좋다.

아내는 그런 자식 덕분에 늘 웃음이 끊이지 않고 ...

 

난 그저

녀석이 무엇을 하건 나보단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 소원은 정말  그것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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