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병원을 다녀왔는데 의사가 많이 좋아졌다고, 더는 안와도 될 것 같단다.
갑작스렇게 생긴 원형 탈모로 마음고생 했었는데 이제 한시름 놔도 죌 것 같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동행했던 아내와 근처 테크노마트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서 다들 내 머리만 쳐다보는 것 같아
지금껏 머리를 길렀더니
뒷머리는 아예 묶어도 될만큼 자란 상태.
탈모가 있으니 적당히 잘 안보이게 잘라달라고 했더니
머리깎아주시는 중년의 아주머니가 대뜸
아휴...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을까, 이런다.
이어서 알아서 잘 잘라주겠다는 말에 아무 대꾸없이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버스 침수사고 뉴스를 보면서 이런 저런 말씀들을 하시는데도
난 머리 다 자를 때까지 그냥 묵묵부답.
그렇게 머리를 자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동행했던 아내와 간단히 쇼핑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 때까지 푹 쉬었다.
그러다 밤 10시 다되가는 시간에 여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낮에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넘어지셔서 많이 다쳤다고,
지금은 간단히 응급처치하고 내일 병원가려고 하는데 오빠한텐 얘기해야 될 것 같아서
전화했다는 말.
아니, 그걸 지금 전화하면 어떡하니?
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르면서 서둘러 차를 몰고 부모님댁으로 달려갔다,
눈 바로 위가 찢어지셨는데 반창고같은 걸로 붙여놓은 상태.
기운이 없으셔서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란다.
아니, 이런 상태로 하룻밤을 주무시다가 무슨 일이 생길줄 알고 그냥 두니?
낮에 바로 전화했어야지!
그렇게 여동생을 타박하고 바로 병원 응급실로 모셔갔다.
응급실은 그 이름도 무색하게 오랫동안 응급환자들을 대기하게 했다,
두시간 좀 넘게 기다려 겨우 입장,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한시간 좀 넘게 기다려 다행히 다른 곳에 이상은 없고 꿰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진단 결과를 받은 후에야 마음을 놓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3시.
그렇게 쪽잠을 자고 아침에 출근을 하려는데 또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어제 놀래서 허둥지둥 하다가 발에 걸려 넘어지셨는데 자꾸 아프시다고 한다고.
미치겠다 하아 ...
결국 비내리는 출근길에 사무실에 전화로 사정 얘기를 하고 다시 부모님댁으로 갔는데
여동생이 동행을 못한단다.
걸을 힘도 없는 아버지가 혼자 화장실 가시다가 또 다치실까봐 집에 있어야 한다며
내가 혼자 모시고 어머니가 원하는 집 근처 개인병원 가야 한다고 ...
아, 정말 그 얘기를 지금 하면 어떻게 하니?
이렇게 비오는 날, 내가 혼자서 거길 어떻게 가고 주차는 또 어떻게 하고
또 검사 다 받으려면 오전 내내 병원에 있어야할 것 같은데.
차라리 내가 휴가를 내고 왔어야 하는데 지금 당장 나보고 어쩌라고.
다들 나한테 왜그래 정말?
어젯밤 일로 몸도 지치고 신경도 엄청 예민해진 탓에
나도 모르게 폭발해서 못된 말을 퍼붓고 말았다.
솔직히
연로하신 부모님에 아픈 여동생, 그리고 부침있는 삶을 살아가는 남동생의 안위,
거기에 형의 사고까지...
지금 이 나이까지 가족들의 온갖 풍파를 감당해내고 끌어안고 가야하는 내 운명에
많이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다.
사무실로 출근해서 내가 얼마나 신경이 날이 서 있었는지
다른 사람들이 내 서슬에 눌려 날 피할 정도였다.
결국 어머니는 아내와 딸아이가 동행해서 잘 모셨다.
늑골에 금이 갔단다 ..
아내도 며칠 전에 넘어져서 팔 뼈에 금이가서 지지대를 하고 있는 상태인데
묵묵히 날 도와서 궂은 일들을 해주고 있으니 아내에게 너무 고마웠다.
아내마저 없었으면, 정말 내가 더 많이 힘들어졌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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