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기술의 발전이 전통적인 직업을 소멸하게 한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기술의 발전이 긍정적이었던 것은
혁신적인 기술에 발맞춘 새로운 직업군들이 생겨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4차산업시대에도 그러할까?
지금 대학가에서는 이공계 출신의 총장들이 선출되어
대학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듯하다.
이공계출신 총장의 출현은 기술이 핵심인 시대에
어느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공계 출신의 총장만이 4차산업시대의 대학을 선도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그것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로봇이, 인공지능이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암울한 시대의 지배논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분명, 4차산업을 앞두고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인간의 일자리 관련해서는 벌써부터 많은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톨게이트 수납원의 투쟁과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의 쇠퇴, 그리고
오래전부터 문제된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노동강도 등이 그러하다.
실제로 이들 분야들은 로봇과 자동화시스템 등으로 많은 해결이 가능하고
그것은 기존의 일자리를 소멸하게 만들기에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다시 한번 인문학의 미래와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당장 고전 연구와 전통적인 인문학은 걸음을 잠시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 뉴스에 주목하고 울고 웃는 사람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인문학 자체가 '책'을 연구하는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본성, 인간이 사는 세상에 관한 학문임을 명확히 인식해야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갈등과 사건들에 대해
외면하면 안되는 것이다.
80년대처럼 이념적으로 접근하라는 말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이 더이상 이공계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술'의 특성과 '기술발전'이 초래할 사회변화, 그로 인한 인간의 마음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융복합 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
모든 기술은 인간을 위한, 인간의 편의를 위한 목적으로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고려가 없는 기술의 발전은 결국
우리가 SF영화에서 보는 삭막한 미래사회를 초래할 것이다.
이것이 인문학의 가치다.
사람을 살리는 학문, 인간의 가치를 고양시키는 학문은 인문학 뿐이다.
그래서 인문학이 중요하고
인문학자들의 자각이 정말 중요한 시기다.
철학과 투쟁심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의 가치를 높여야 하고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의 기술발전이 이루도록 돕는 것,
그것이 인문학자들이 해야할 역할인 것이다.
이공계 출신들 또한 4차산업시대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자라 해도 인문학적 식견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는 결국 오더와 매뉴얼에 따라 정해진대로만 일하는 단순 '프로그래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분야 또한 상당부분을 인공지능(AI)에 빼앗기게 될 것이고
결국엔 극소수의 프로그램관리자만이 생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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