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팀원들과 같이 점심 도시락을 먹다가 응답하라 1988 얘기가 나왔다.
처음엔 그냥 출생년도 얘기 중 학번얘기가 같이 나오다 드라마 얘기에 롤러장 얘기까지 ㅎㅎ
그런데 내 옆에서 밥먹고 있던 L 의 반응이 너무 웃겼다.
내가 한 때 롤러장 죽돌이였고 엄청 롤러를 잘탔다고 하니 막 배꼽잡고 웃는게 아닌가?
도저히 못믿겠다는 표정으로 ㅋㅋ
같이 밥먹던 Y가 팀장님 실제로 축구나 야구같은 운동도 잘하셔 하니
또 막 웃겨 죽겠단다.
Y가 덧붙여 한때 인터넷 음악방송 디제이도 하셨고 선물도 받은 적 있다고 하니
더더욱 못믿겠다는 표정 ㅋㅋㅋ
난 그냥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내모습을 그 어떤 선생님들도 모두 안믿으셨을테니까.
질풍노도와 같던 10대 시절
누구보다 예민하고 까칠했으며 넘쳐나는 열정때문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던 그 시절,
부모님들은 늘 나를 불안해하셨고
주위에선 나만 보면 이제 그만 부모님 속 썪이지말고 효도하란 말을 인사처럼 하셨다.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가출도 두어차례 했었고
- 이 사실은 학교의 그 누구도 전혀 모르는 사실
특히 방학때엔 방에 가만히 누워있다가 불쑥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이나 부산으로 ...
그러면 어머니는 여기저기 친척들에게 전화하며 나 안왔었냐고 물으시고 ㅎㅎ..
그냥 그때 나는 내 스스로 만화영화에 나오는 아수라백작 같았다고 생각했다.
겉과 속이 다른 아이.
학교에선 늘 말이 없고 착실하며 모범생이었다가
학교 밖에만 나오면 다른 세상을 사는 아이.
나이를 먹고 사회물을 먹은 후에도 여전히 나의 이미지는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L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그래서 오히려 재미있었다.
주말에 덕소에 롤러장이 생긴 것 같은데
중학생 아들 놈 델꼬 한번 가볼까? ㅋㅋㅋ
Modern Talking - You're My Heart, You're My Soul
Harlem Desire와 함께 불량아들이 가장 즐겨듣던 노래 중 하나.
중학생 때 엄마랑 싸우고 밤에 혼자 송파 석촌호수까지 혼자 걸어가서 누워있을 때
불량한 친구들이 오토바이를 타고와서 이 노래를 틀어놓고 내 주변에서 춤을 추고 놀았던 그 씬,
기억난다.
그들의 불량함에 쫄아서 자정 쯤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왔었던 ...
Cyndi Lauper - She Bob
말이 필요없는 그 시절 롤러장 최고의 인기곡 중 하나.
개인적으로도 좋아해서 LP로 소장 중인 ...
Billly Squire - Everybody Want You
그시절 롤러장을 가본 사람이라면
가수는 잘 몰랐어도 첫 반주만 나와도 바로 아..하고 알아채는
롤러장 최고의 하이라이트 곡 중 하나.
사람들이 많고 적당히 분위기가 좋다 싶거나 반대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디제이가 틀어주던~
이 곡만 나오면 갑자기 다들 미친듯이 질주했고.
그러다 하나둘씩 넘어지며 장벽이 생기면 점프해서 뛰어넘어가다
흥분한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매우 과격하게
복서였던 롤러장 가드들이 흥분한 애들에게 날리던 주먹질이 떠오른다.
나도 맞을 뻔한 기억이...ㅋ
전영록 -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
'불티'와 함께 롤러장 최고의 히트가요.
신디로퍼의 노래와 마찬가지로 모든 롤러스케이터들을 미치게 만들었던 ㅎ
특히 여자애들은 이곡에 맞춰 빠르게 돌면서 당시 유행하던 물레방아춤을 췄던 기억이 난다.
현이와 덕이 -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
역시 롤러장 최고의 히트가요 중 하나.
노래제목과 가사 자체가 10대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
친구놈이 이 곡에 맞춰 최신 춤이라며 운전기사춤이란걸 췄던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관광버스춤이랑 비슷 ㅎㅎㅎ
함윤상 - 빨주노초파남보
롤러장 하면 이 곡도 빼놓을 수 없지 ㅎㅎ
상큼 발랄한 10대 때의 가벼운 일탈성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했던 노래.
같이 간 친구들과 그저 가볍게 몇바퀴 돌면서 즐겼던 곡으로
당시 10대 중고딩이 주류였던 롤러장의 분위기를 가장 잘 대표하는 가요였다고 생각된다.
Herbie Hancock - Rockit
브레이크 댄스의 교과서 음악이라 할만한 명곡.
내 학교 밖 친구들도 이 곡에 맞춰 브레이크 댄스를 연습했었지.
전국 최고의 롤러장이었던 둔촌동 알프스 롤러장에서
한번씩 열리던 댄스경연대회 때마다 빼놓지 않고 나왔던 곡이기도 ...
참고로 이 곡의 제목에 나오는 국제 롤러장은 알프스 롤러장 주인이 개점한 2호점 이었다.
Boney M - Happy Song
이 노래만큼 롤러장에서 많이 나왔던 노래가 또 있을까?
타는 아이들이나 앉아있던 아이들이나 모두 한마음으로 즐겼던 불후의 명곡.
장담하건데 이 노래가 나오지 않았던 롤러장은 없었을 것.
그저 친구들과 같이만 있어도 즐거웠던 그 시절의 대표곡.
George Michael - Careless Whisper
Rockwell 의 Knife란 곡과 함께 롤러장 최고의 발라드팝 중 한 곡.
당시 롤러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몇바퀴 돌고 앉아서 쉬고 있으면
알고 지내던 여사친들에게 이런 얘기를 듣곤 했다.
- 저기 내가 아는 친군데 너랑 같이 타고 싶데~
그러면 그 상대를 한번 쳐다보곤 인심쓰듯
나팔청바지에 매듭을 달아놓은 내 하얀색 전용 롤러스케이트를 우아하게 굴리며
몇바퀴 돌았던 그런 기억.
그때엔 블루스 추듯 이런 느린 곡들에 맞춰 말없이 손잡고 돌기만 했었지만
그래도 참 즐거웠다.
롤러를 제법 잘 탔던 남자애들만이 누릴 수 있었던 특권 ㅎ
Donna Summer - Romeo
영화 Flash Dance 삽입곡.
영화의 히트와 함께 롤러장에서도 경쾌한 분위기를 위해 자주 나왔던 곡.
개인적으로 나는 이 영화 앨범에 수록된 lady lady lady란 곡도 참 좋아했었다.
그녀와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던 십대 시절의 감성, 풉~
Stevie Wonder -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같은 동네에 살던,
야간 고교를 다니던 첫사랑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밤에
집에 돌아올 때 마이마이 카셋트로 자주 듣던
그 친구가 참 좋아라 했던 곡.
여전히 잘 살고 있겠지 ...? ㅎ
콘도마사히코 - 긴기라기니
마지막 소개하려는 곡은 논란의 긴기라기니~
당시 가사가 무척 야하다는 등 이유로 금지곡이란 소문이 있었는데
사실 여부는 잘 모르겠고
암튼 쫌 논다(?) 하는 아이들은 다들 이 노래 한 두번쯤 흥얼거린 기억이 있을 듯.
오랜 시간이 흘러 가사를 보니 뭐, 야한가사 아니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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