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8월의 마지막 날에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4. 8. 31. 12:09

 

아침 저녁으로 확연히 달라졌다.

밤에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걸 보니

가을이 왔나 보다.

 

정기 인사발령이 있었다.

70명 이상의 이동이 있었다.

수장이 바뀌니 대규모 이동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

젊었을 때엔 인사시기마다 긴장되고 살짝 기대도 하고

사람들끼리 모이면 인사 어떻게될지를 주제로 많은 얘기들이 오갔었는데

이젠, 뭐 ...풉

 

이번에 대상이 된 누군가에겐 기쁨이고

누군가에겐 실망이 되었을 터.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 법이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좋으련만

나보다 두 해 적게 산 한 후배 녀석은 이번 인사에 대해 또 불만스럽단다.

남들보다 더 많이 고생하고 남들이 해야할 일도  자기가 다 했는데

대우는 커녕 늘 불이익만 준다고...

(얼핏 내 얘기 같기도 하고 ...ㅎ)

솔직히 난 녀석의 얘기에 거의 동의하지 않는 게

녀석은 늘 자기 입장에서만 얘기하고

본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한 말과 행동들에 대해선 생각이 없다는 것.

본인이 했던 남들 일은 결국 상사의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일들이었고

그 내용 또한 공적으로 공을 세웠다고 말하기 좀 그런 자잘하기 그지 없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누구나 다 겪어왔던 경험들인데

녀석에겐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존중하는 법 없이 자기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찬 것 같았다.

내 앞에서 나이 운운 하면 회사의 대접을 바란다는 말 자체가 

어이없긴 했지.

 

앞으로 내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정확히 5년.

개인적으로 내가 바라는 건

일희일비 하는 일 없이 남은 시간들을 무난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거.

승진같은 건 전혀 바라지 않는다.

(진심으로 제의가 와도 거절할 생각이었다). 

더이상 내 몸이 아프거나 내 마음이 다치는 일들은 하고 싶지 않다.

남은 기간에 내가 (직장을 위해) 무엇인가를 더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없다는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만큼 했으면 됐다.

오히려 누군가의 지시 없이도

내가 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도 있다.

 

이젠 좋은 사람들만 곁에 두고

가족들에게 자상하며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블루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부 좀 하세요  (3) 2024.09.24
친절한 무관심  (8) 2024.09.16
주말 나들이(부제: 대학천, 헌책방거리, 평화시장)  (3) 2024.07.20
오랫 만에 모임  (1) 2024.07.19
비얏뜨 이야기 & 여행 준비  (2) 2024.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