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친절한 무관심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4. 9. 1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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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끔 여는 개인음악방송명이 적당한 무관심이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는,
혹은 상처들로 인해 타인들과 거리를 두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과
그런 모습들을 흐르는 음악 속에서 차분하게 바라보는 내 모습에 대한 투영이랄까.

누군가는 이런 주제에 공감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이런 주제에 반발하여 다정한 무관심이란 방송국을 개설하는 것도 보았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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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아졌다.
누구보다 정확하고 불의에 단호하며 출세를 바라지 않고 마이웨이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요즘은 과연 그게 내가 잘 산 걸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철저히 무관심했고
불의에는 당당하게 맞섰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상처입기 싫어 선한 사람들과도 무조건 거리를 두고 살아왔던건 아니었는지... 
조건없이, 바라는 것 하나 없이
그저 정 하나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순수한 마음들에게까지
내가 내 생각만 앞세웠던건 아니었나 싶다.
비록 내가 원하는건 그게 아니었다고 해도
그런 나로 인해 선한 그들에게 상처가 생겼다면 그건 내 잘못이 맞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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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무관심.
손님에게 친절하되 돈을 받고 커피를 건넨 이후에는 무관심하라
그래야 고객이 편안한 시간을 보내다 돌아갈 수 있다.
미국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성공비결이에요.
내 사회 좌우명이기도 하고.

가족X멜로 라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손나은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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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를 다녀오고 난 후 생각들을 정리하다가
남은 내 삶의 시간들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질책보다 위로하고
지적보다 응원하고
비난보다 칭찬하기.

무심하게 커피를 내어주듯
따뜻한 무관심으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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