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공부 좀 하세요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4. 9. 24. 23:50

 

우리 아파트 앞 도로는 초등학교가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이라서
평소에도 출근할 때마다 조심스럽게 다니는 편이다.
그날도 천천히 운전하여 아파트 간 좁은 사거리 앞에서 먼저 진입하여 좌회전을 하는 중에
좌측에서 덩치 큰 BMW SUV가 내 쪽으로 계속 밀고 들어오는걸 보고 멈췄다.

나: 아니 이보세요, 정지선에 서야할 것 아니에요! 뭐하자는 겁니까?
BMW: 직진이 우선이잖아요.
나: 그쪽 직진 전방 신호 빨간색이잖아요. 그럼 정지선에 서야할 것 아닙니까? 정지선 안보여요??
BMW: 직진차가 우선권이 있잖아요! 공부 좀 하세요, 쯧쯧.

거긴 바로 앞 초등학교 등교길이고 횡단보도도 두 개인데다 가상의 사거리에서,
더구나 상대차의 전방 직진신호가 적색인 상황에서 직진차가 우선이라는게 대체 뭔소리야? 
그러면서 나보고 공부 좀 하라니 너무 황당해서 손가락욕을 날릴 뻔했다.
만약 그 차가 먼저 지나갔으면 내 우측 바로 옆 횡단보도랑 적색신호에 대기중인 차 때문에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내 차의 진로를 가로막게 되며,
나머지 다른 세 방향의 차들의 진로까지 다 막아버릴 수밖에 없다(꼬리물기의 역효과 비슷).
그래서 내 차 진로의 좌측에 정지선까지 그려져 있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 직진차가 우선이라는 쌉소리를 직접 듣고보니
생각할 수록 멘탈이 나가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바로 안전신문고앱을 깔고 차량의 블랙박스 앞, 뒤 영상을 첨부하여 신고했다.
저런 사람에게 공부 좀 하란 소리까지 듣고보니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오늘,  한달 반만에 카톡으로 결과가 통보되어 왔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이 얘기를 해줬다.
영상과 내용을 보더니 어이없다면서 웃는다.
(평소 아내에게 저 곳에서 전방 적색신호면 직진하는 차는 정지선에 멈춰서야 한다고
몇번씩 얘기했었던 곳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처벌받아서 벌점과 범칙금 두배를 적용받았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경고장 나간 걸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적어도 그 40대 후반의 남자랑 동승했던 여자는
본인들이 틀렸고 정작 공부해야 할 사람은 본인들이라는걸 증명해준 거니까.

솔직히 괘씸하긴 했다.
비싸고 덩치 큰 차를 타면 무조건 본인이 위대(?)한 줄 착각하는 한심한 인간이었고
그렇게 차를 이용해 도로 위에서 또 다시 엉뚱한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차를 이용한 특수협박죄로 경찰서에 고소해서 끝까지 가볼까 싶은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일단은 이 정도로 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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