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 자신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졌다.
최근의 여러가지 사건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전부터 내적으로 변하고 싶다는 열망들이 생겼었다.
주변 상황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 마음대로 되지도 않았고
내가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걸 느끼면서
심리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한 해.
누군가는 건방지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껏 해온 일들에서 더는 열정도, 희망도,
그 어떤 기대도 가질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젠 누군가 내게 어떤 일을 맡긴다해도
잘해내고자 하는 마음이 많이 떠났다고나 할까.
그냥 내 할 일을 다했다는 그런 마음.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이 필요했고
이제 겨우 첫번 째 발걸음을 떼었다.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깊이 가르쳐줄 사람도 찾아보기로 했다.
또 다른 관심도 있긴 한데
그건 좀 더 알아보고 천천히 시도해볼 참.
나는 천재가 아니지만
나름 내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고 어느정도
자신있게 그 일들을 얘기할 수는 있었다.
석사시절의 논문은 조회수 500회를 넘어섰고
학과에선 여전히 레전드 논문으로 회자되고 있으며
직장에선 내 또래들 중 그 누구도 함부로
내가 해낸 일들을 깎아내리지 못할만큼 명확한
성과들을 냈다.
불의에 겸손하지 못한 성격 탓에
모함도 받고 배신도 당하고 공평한 인정을 받진 못했으나
대놓고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은 주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끝까지 인정받고자 하는 투쟁심 대신에
이젠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원래 남들보다 깊고 오래 생각하는 버릇 탓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그런 부분들이 내게 있다는걸
어렸을 적부터 막연히 느껴 왔다.
어른이 된 후에는
뉴스를 봐도 좀 더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되고
진실성에 대한 의심, 이면에 대한 생각들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무래도 태어나자마자 낮동안 혼자서 지낸 시간들이
그런 태도들을 갖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살면서 겪어온 평범하지 못한 개인사들이
더더욱 보이지 않는 힘, 운명 같은 것을 진지하게 느끼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여전히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깨닫지 못하는 것,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집착하고 알고 싶고 좀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생각들 속에 살고 있다.
청소년기에, 산에 들어가 벽보고 수양하는 수도승이
되고 싶었다는 얘긴
진심이었다.
영화 <비투스>를 봤다.
영화 비투스는 천재인 아이가 어려서부터
부모의 지나친 기대로 인해 방황하고 고민하다가
자신을 이해해주는 할아버지로 인해 제대로 천재성을 발휘,
결국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얘기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실제로 천재란 소릴 듣는 사람들은 정말 이런 부담감들로
힘들어하긴 할까?
누구나 한번쯤 그런 생각은 해봤을 것 같다.
내가 천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주인공이 천재인지라 우리들 같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긴 어려운 스토리지만
이런 생각은 들었다.
본인의 천재성을 어려서부터 미리 알고 사는 사람들은
남들처럼 자연스럽게 행복해지기는 어렵겠다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
남들이 관심없어 하는 것에 끌리는 자는
필히 외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그런 것에 관심있는 자들은 그런 외로움조차 즐기는 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타인들과의 공감, 교류, 처세 같은 얘기들은
매우 사소한 교훈.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과 있을 때만
제대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 2025년은 진정한 나와 나와 닮은 사람들을 찾아 떠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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