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떠도는 이야기 중에는 사실인 것과, 사실이 아닌 것들이 있다.형이 죽었다는 소식은 나에게 처음에는 사실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가 나중에야 사실로서 인정해야만 하는 그런 종류의 사건이었다. 사실이 아닌 것처럼 생각된 이유는사실로 믿기에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고 감당하기가 어려운 소식이었기 때문이었을거다.안개가 자욱한 밤길을 달려 내게 소식을 전한 여동생에게 가는 길에 내내 아내가 울었고, 아내의 울음 소리를 들을 수록 그의 죽음은 점차 현실이 되어갔다.한 순간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꿈같이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허공을 휘휘 저어봤다.그런 내 모습이 너무나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집에 도착했을때어머니는 아버지를 붙잡고 형의 이름을 부르며 대성통곡을 하셨다.여동생은 자기 방에 쳐박혀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울음을 삼키느라 얼굴이 벌개지고 두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참으로 어이없고 기가막힌 풍경들이었고 어쩔 수 없이 형의 죽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모든 사람들의 불행이 그러하듯, 우리에게도 참으로 어이없고 예고없이 들이닥친 이 상황들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당황스럽기만 했다.형의 죽음을 알린 이는 동업하던 신소장이라는 사람이었다. 태국 현지에서 형과 함께 지내던 이가 그에게 전화로 소식을 알려와 내가 도착하기 두어시간 전에 어머니에게 직접 전해준 비보였다. 내가 도착하기 삼십분 전쯤까지 어머니를 위로하다 돌아간 그의 전언에 따르면 형은 이날 저녁에 스스로 죽음을 맞이한 것 같다는 거였다. 자세한 내막까지는 미처 알아보지 못한 상황인듯 했다. 나는 즉시 형과 함께 지내던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라면서 걸었던 국제전화였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전해져오는 여자의 말은 계속 반복적으로 형이 죽었다는 사실만을 전해주고 있었다. 경찰 수사로 인해 매우 피곤한 목소리였는데, 자세하게 얘기를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느껴져서 그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아니, 대체 한 집에서 같이 지낸 사람이 형이 죽은 이유를 모르는게 말이되요?""몰라요..나도 몰라요..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오느라 나도 정신이 없어요.. 흑"여자는 나와 통화하는 내내울기만 했으며 끝내 형이 어떻게 죽었고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에 대해서 입을 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