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감사와 관련하여 몇가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1. 대학등록금은 비싸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난 경제적인 상식에 꽤 유식하지 못해서 이론적으로 설명할 길은 없지만 심정적으로는 대학등록금이 비싸다는 말에 무조건 동의하지는 않는다. 상대적 비용이라는 개념으로 적용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즉, 같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서도 누군가는 그 이상의 혜택을 받고 또 누군가는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한다. 그 이유는 여러 대학에서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는 교환학생제도, 장학금제도, 해외봉사와 각종 해외프로그램들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등록금을 납부한 이상으로 학교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혜택을 받았다면서 학교에 고마워하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 누군가는 그런 학생들이 얼마나 많겠냐고 하겠지만, 그리고 대학에 따라서는 그런 제도의 시행폭이 넓지 않아 큰 혜택을 얻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겠지만서도 난 이 부분이 대학 등록금문제의 핵심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즉, 정말 중요한 것은 등록금이 얼마냐 보다는 그 등록금이 어떻게 씌여지고 얼마나 재학생들에게 환원되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난 대학 등록금의 문제를 재학생환원율과 비교해서 기사를 쓰는 기자를 거의 본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기자들이 사회적 책임감과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본질에 접근하는 기사를 언젠가는 써주기를 바라고 있다. 게다가 '비싼' 등록금을 납부하면서 재학 내내 놀기만 하는 일부 대학생들에게 대학이 등록금을 낮춰줘야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미국의 대학에서도 거의 모든 학생들이 비싼 학비에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 공부하지만 그들의 공부량은 우리나라 대학생들보다는 훨씬 많고 수준도 높다는 사실 또한 염두에 두어야할 것이다.
2. 반값등록금은 사회적 요구다?
글쎄다. 유감이지만 난 반값등록금은 순수한 사회적 차원의 요구라기 보다는 정치적 행위에 가깝다고 본다. 우선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 정책이 지상과제로 대두되었고 유권자를 의식한 정당들의 '일방적인' 동조가 문제를 더 크게 키우고 있다. 일방적이라 표현한 것은 정치권이 앞서 지적했던 등록금 문제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성찰없이 정치적 표를 의식한 '구호'만 앞세우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앞서 말한 등록금의 재학생환원율을 제고하지 않고 모든 대학들의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반값으로 인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려니와 대학에 대한 올바른 정책이라고 볼 수도 없다.
더구나 사립대학은 정부의 세금 지원을 받긴 하지만 전액을 지원받는 국립대와는 사정이 다르다.정치권의 요구대로 등록금의 재투자에 상관없이 반값등록금이 정말로 실현되어야 한다면 그 말은 곧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들을 국립대학화하라는 말과 같다.
3. 대학등록금이 비싼 원인은?
위와같은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사실 국민들에게 대학등록금은 비싸다고 여겨진다. 그동안의 물가인상률과 비교해서도 그렇고 비록 일부겠지만 등록금을 통해 개인의 사욕을 채우고 환원을 최소화한채 적립에만 몰두하는 사립대학 재단들이 존재하기에 더욱 그렇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4년제 대학이 너무 많다. 인구감소를 감안한다면 어떻게든 그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 안타깝게도 이 모든 상황은무분별하게 대학 설립을 허가해온 교과부의 과실이 초래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은 상황은 여러가지 원인을 떠나 대학의 수를 줄여보자는 정부의 의도가 하나의 중요한 계기이다. 대학등록금 감사를 통해 등록금을 내리게 하는 의도와 동시에 부실대학을 가려 퇴출시키고 통폐합을 유도하는게 정부의 핵심인 셈이다.
대학등록금의 인상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각종 대학평가의 폐해가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지금 대학에 실시되고 있는 관련 평가들만 나열해도 중앙일보 대학평가, 조선일보 대학평가, 공학인증평가, 교직과정평가, 경영전문대학원 평가, 법학전문대학원 평가 등 수많은 평가들이 시행되었거나 매년 시행이 되고 있고 내년에는 대교협 대학평가인증제와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및 관리역량인증제가 시행될 예정이며, 일부에서는 취업지원팀인증제 등의 추진 움직임이 있다. 이러한 평가들의 핵심에는 무엇보다 교원 충원이 필수적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대학의 인건비 비중을 과중시키면서 대학이 스스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발전전략을 수립, 시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고 대학들마다 내부적인 사정이 있는 법인데 지금의 정부와 사회는 무조건 일괄적용하고 강요하며 따라오지 않으면 퇴출시키겠다는 위협만 하고 있다. 그 원인은 위에서 말한 대학의 수를 줄여보겠다는 의도가 개입된 탓이 가장 크다.
4. 해결책은?
무엇보다도 대학의 반성과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우습게도 한국의 대학들은 상아탑에 갇혀 현실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다보니 대학 총장도 경영자적 능력보다는 학문적 성과가 커서 좋은 평을 받는 사람이 선출되는 경우가 많았고 처장 등 보직교수들의 경우도 경영자적 능력과는 전혀 무관하게 지명되어왔다. 대학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봤을 때 이는 결과적으로 대학운영의 부실을 초래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대학 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재정지원의 경우 안그래도 국민의 세금으로 전액 지원되고 있는 서울대 등의 국립대들은 제외하여야 하며, 궁극적으로 특정 우수사립대들에만 집중되고 있는 경쟁 방식의 지원보다는 지역과 특성을 감안하여 대학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과다하게 시행되고 있는 각종 평가와 인증제도를 정부가 강제적으로라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이번 감사에서도 평가나 인증제 등으로 인해 대학의 지출이 영향받는 부분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
또한 대학과 정부의 장학금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여전히 대학에서는 성적순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어 정말로 장학지원이 필요한 성실한 재학생에게 장학금이 지급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인해 대학생의 중도탈락율이 높아진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적외의 조건으로 장학금이 지급되는 부분에 대한 학부모들의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성적이 우수하지만 가난한 학생에게 장학금 우선 순위를 주었을 때 이를 수용하는 마음 말이다.
정부는 학자금융자 제도를 개선하여 대학생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융자금제도는 그 이자가 시중은행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상환에도 어려움을 주어 수많은 청년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소지가 크다. 진정한 정부 재정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학자금융자 이자를 반으로 낮추어야 한다.
5. 결론
인구감소율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대학들은 정부나 사회의 요구가 없어도 어차피 구조조정될 수밖에 없다. 다만 그로 인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선의의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빨리 빼든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대학의 특성과 독립적 발전을 무시한 채 정부나 사회가 인위적으로 변혁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자칫 오만한 요구가 될 수 있다. 요구를 하고 그것이 잘 수용되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투자와 관심도 필요하다. 기업이 대학교육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비판만 할게 아니라 대학교육에 관심을 갖고 필요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동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맥락이다.
언론사들의 대학평가는 선무당이 사람잡는 꼴이다. 특히 광고수입과 연계되는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대학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매우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교육시장이 개방되고 외국 유명대학의 분교가 설립되고 있는데다 학생수도 감소하고 있으니 당연히 위기일 수밖에 없다. 대학이 사회적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반영하지 못한다면 가만 두어도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결국 대학들 스스로 알아서 살아남을 궁리를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학에 대한 간섭과 영향력 유지라는 욕심을 버리고 대학 스스로 특성화하고 생존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인의 입장에서 나는 무엇보다도 이번 등록금 감사를 계기로 대학이 대학경영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동안의 잘못되었던 지출관행을 바로잡으며, 올바른 정책결정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감사결과 발표는 특히 대학경영자(총장, 법인재단 등)가 함부로 위법행위를 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제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대학은 아주 특수한 기관이어서 '위'에서부터 불법을 행하거나 지시하면 내부적으로막을방법이 거의 없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참고사이트>
위키백과 : 2011년 대한민국 반값등록금 논란
<참고기사>
대출 제한 17곳 포함 재정 지원 제한 대학 43곳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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