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다녀간 큰집 사촌형이 전해준 시골집 근황이 며칠간 내내 마음에 걸렸었다.
시골집 동네 개발건으로 산소를 옮겨야할 수도 있다면서 관련 기사를 전해줬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https://www.k-lifetv.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08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번 설엔 사촌형님도 작은 숙부님도 성묘를 다녀오지 못했다는 얘기에
속상하기도 하고 할머니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그래서 아내와 금요일 오후에 휴가를 내서 시골집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연로하신 부모님과 여동생까지 함께 다녀오게 되었다.
이번에 못가고 동네가 개발되서 산소까지 없어지게 되면
오랫동안 부모님들도 속상해하실 것 같아 내가 모시게 되었다.
일찍 출발하려던 계획이 늦어져 결국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출발.
부모님 컨디션을 생각해서 수안보를 거쳐 1박2일로 다녀오게 되었다.
저녁 7시가 좀 넘어서 급하게 예약한 호텔에 도착.
특히 온천을 유난히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한 장소였는데
피곤한 중에도 매우 만족해하시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나는 피곤해하는 아내를 간신히 설득하여 저녁산책에 나섰는데
새로운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고 왕의 온천이었다는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려는듯
찬란하게 도시를 꾸미려는 노력들도 많이 보였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군데군데 폐업한 가게들도 많이 보이는게 참 씁쓸했다.
그렇게 급하게 떠나온 하룻밤을 온천호텔에서 묵고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산채정식으로 유명한 영화식당은 어머님 잇몸 때문에 거르고
순두부 전문점 향나무식당을 찾아갔는데
예전과 많이 달라진 주변풍경 때문에 좀 낯설긴 했다.
4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영업개시를 기다리다가(9시30분 영업개시) 만난 관계자가
단체손님 예약으로 인해 좀 더 늦게 식사가 준비될 수 있다고 해서
어쩔 수없이 다른 식당으로 이동.
순두부와 산채비빔밥 등을 시키고 꿩만두를 특식으로 먹었는데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반찬들도 다 맛있었다.
나빼고 다들 꿩요리는 처음인지라
꿩만두를 신기해했지만 다행히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1시간 30분을 달려 드디어 시골집에 도착.
군수가 추진하는 폐기물업체 산업단지 유치사업 반대현수막들로.
어수선한 동네 입구.
200살 먹은 팽나무도 여전히 그대로인데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에 산업단지라니...
더구나 폐기물업체들이 들어온다니 생각할 수록 기가막힌 현실.
시골집으로 올라가는 좁은 길과 집들은 여전히 옛날 그대로의 모습.
이 소리없는 아우성들을 뒤로하고 서둘러 산소를 찾았다.
며칠 동안 계속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서 빨리 뵙고 싶었는데
막상 뵙고 절을 드리고 나니 홀가분하기도 하고
개발되서 산소가 없어지고나면 다시 뵐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죄송스럽기도 했다.
소주와 곶감, 식혜 등을
여기저기 산소 주변에 정성스럽게 뿌려드리고 돌아서면서
아쉬운 마음에 사진 몇장을 찍어뒀다.
다음에 다시 여길 찾아올 수 있게
부모님과 여동생이 더 아프지 않게 도와달라고 빌었고
군수와 일부 사람들의 욕심으로부터 이 마을을 지켜달라고 빌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부모님을 여동생과 아내에게 맡기고
혼자 앞장서서 산소를 향해 걸어가는데
좁은 길 옆 작은 나뭇가지 위에 어디선가 날아와
아주 가까이서 나를 쳐다보며 좌우로 꼬리를 흔들어대던 작은 새.
내 착각이었는지 몰라도
몇년 만에 찾아온 나를 나무라기보다는 무척 반겨주는 것처럼 느꼈었다.
그 작은 새는 형의 넋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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