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신입직원 시절, 부처 야유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근했다가
검은 고양이를 만났었다.
지나가는 나를 보더니 야옹 야옹하면서 우는데
나를 부르는 소리처럼 들려서 쳐다보니
녀석의 앞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있는게 보였다.
본능적으로 녀석이 어미란 걸 알았고
새끼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해서
어린 녀석에게 다가갔는데 눈을 감고 미동도 없이 누워만 있는 거였다.
가만히 녀석의 몸을 만져보니 이미 딱딱해져 있었고
전혀 어떤 움직임도 느낄 수 없었다.
그 찰나의 순간, 너무 놀랐고 당황스러웠다.
새끼를 살리고 싶은 어미 고양이의 간절한 눈빛 때문에
더 많은 생각들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곧 대절한 버스가 출발해야 했기에 발만 동동 구르다가
건물 관리실로 쫓아가 녀석을 한번 더 살펴보고
죽었으면 양지바른 곳에 묻어라도 달라고 부탁하고 결국
그 자리를 떠났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그 어린 녀석은 이미 고양이별로 간 후였다고 한다.
이런 기억 때문에 혼자 떨어져 정원수 안에 꼭꼭 숨어서
내가 지나갈 때마다 약하게 울음소리를 내던 이 녀석을
결국 외면하지 못하고 데려온지 벌써 3년.
당시 2달 채 안된 시기라 성별을 알 수 없다는 의사 말에
이쁜 딸이 되어달라고 붙여준 이름이 순심이였다.
(참고로 첫째 이름은 순돌이).
이미 성인고양이가 된지 한참인데도
잠 잘 시간이 되면 재워달라고 재촉하고
침대에 누우면 내 팔에 머리를 기대고 골골송을 부르는 이 녀석.
새벽녘에 첫째에게 쫓겨 여전히 침대 밑에서 기어나오지 앉고 숨은 이 녀석.
늘 싸우면 지는데도 먼저 시비를 걸다가 꼭 이런 사단이 난다.
밥을 얼마나 야무지게 먹는지, 이미 덩치가 첫째를 능가하는데도
첫째의 카리스마는 정말 대장냥이 그 자체.
둘째 들이기 8달 전, 시청 유기동물 지원사업을 보고
옆동네 동물병원에서 데려온...
처음부터 집사람 품에 딱 안겨서 떨어질 줄 몰랐던 ..
임신묘가 동물병원에서 보호받으면서 낳은 아이같았다.
사람을 잘 좋아하고 실제로 집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냄새도 맡고 이뻐해달라고 요구하는 뻔뻔냥 ㅎ
태어날 때부터 전형적인 집고양이 특성을 가진 것처럼
얼마나 눈치빠르게 행동하는지..
하는 짓이 얼마나 이쁜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
당당히 이 집의 주인으로서 나서기를 좋아하고
모든 일에 호기심이 많다.
특히 간식을 너무 좋아해서 탈.
간식 타임만 되면 내게 와서 계속 애교 필살기를 펼치는데
아무리 외면하려해도 어느새 간식통을 들고 녀석을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
요즘 이런 저런 일들로 마음이 많이 지치지만
이 두 녀석 때문에 내가 많이 위안을 받는다.
주는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는 녀석들.
순수하고 거짓없는 녀석들의 리액션이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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