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고 좋은 일도 했는데 아무 보상이 없고 계속 힘들기만 할 때 느끼는 감정을 노래로 듣는데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다.
내 동생이 젊은 나이에 암으로 죽었어요,
암환자 돌보던 내가 거꾸로 돌봄을 받아야 하는 암환자가 되었네요,
나 엄청 힘들다고 느끼고 있는데 여기 댓글 다신 분들 보면 내가 정말 힘든 게 맞나 싶다는 청소년의 댓글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들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세상에 정말 힘든 사람들이 많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이 노래를 듣는 동안에는 내 얘기 같고 그래서 우울했는데
댓글들을 보며 오히려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슬픔은 나눌 때 반으로 준다는 말이 맞았다.
어렸을 때부터 권선징악이라는 말을 믿었다.
좋아하던 만화영화들에선
늘 주인공이 악당들을 물리쳤다.
착한 사람은 어떻게든 하늘의 복을 받는다고
여러 동화책에서 배웠다.
하지만 현실은 동화와 많이 달랐다.
정치만 봐도 악인들이 성공하는 세상이었고
직장에서도 일만 바라보고 열심히 했음에도
배신당하거나 사내정치가들에게 성과를 뺏기기 일쑤였다.
가정에서도 나는 가족을 책임지는 외벌이 가장이었고
부모님을 봉양하며 자식들로부터의 봉양은 기대할 수 없는
낀 세대였다.
사회적으로도 꼰대로 불리는 세대였고
퇴직 후 목숨줄을 연명할 연금도 제때 지급받지 못하는
저주받은 세대이다.
그래서 나 또한 저 노래 가사처럼 똑같이 말하곤 했다.
나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해야 해?
나 착하게 살고 남들에게 해 끼친 적도 없는데 왜 나만 불행하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를.
배신당한 나인지, 나를 배신한 사람들인지.
당연히 배신하고 사람의 믿음을 함부로 여긴 그 사람들이
벌 받아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아닌 나 자신에게 악담을 퍼붓고 있었다.
네가 못나서 그래,
왜 넌 저들처럼 못하는 거니?
네가 속지 말았어야지, 등등.
한 때는 패기 넘치고 선배들의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던 젊은이였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주눅 들고 당하는 자가 되어 있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달라지려고 노력했다.
피하는 대신
그들을 똑바로 마주 봤다.
가급적 피해 다니긴 했지만 그건
불필요하게 내 기분을 망치기 싫어서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마주쳤을 땐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봤다.
당황하고 피하는 건 결국 그들이었다.
나는 떳떳했고
그들은 찔릴 게 많았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저 사람 일은 잘해,
일할 때 되게 냉정해,
일 복이 참 많은 사람이야,
친해지기가 좀 어렵긴 해,
실수하면 직설적으로 뭐라 해서 조심해야 해,
나는 이 정도 평만 들어도 만족스럽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는 게 줄어들었으니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에게
참기만 했던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이제는 오히려 내가 사람들을 평가하기도 한다.
저 사람은 어떻고, 이 사람은 어떻고 하는 식으로
선을 긋는다.
곁에 두어야 할 사람, 두지 말아야 할 사람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 자신을 보호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먼저 나의 변화를 눈치챘다.
조심하려는 사람들이 다시 생겼다.
물론 여전히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그 사람의 문제이지 내 문제는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배신하는 자가 나쁜 놈이다.
배신당하는 자는 그저 착한 사람이었을 뿐.
저는 원래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웃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구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평판의 오류에 대해서도 무척 예민한 편입니다.
덕분에 아직까지 사기 같은 걸 당해본 적은 없습니다.
내가 가끔 겪었던 배신이나 뒤통수는 내가 그들을 믿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원래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의 음악: AJR - Karma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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