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30년 만에 한국에 오신 이모님을 모시고 용인민속촌에 다녀왔다.
무릎이 아파 도저히 못가시겠다던 어머니까지 총동원했던 봄나들이였다.
이 곳...20년도 더 됐지 아마... 대학 때 와보곤 처음이었으니..
중간고사를 앞두고 스트레스가 심한 나현이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참 잘 왔던 것 같다.
고속도로에 나들이 차들이 많았지만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니 한 시간이 채 안걸려서 도착.
입장하자마자 점심식사를 하고 구경에 나섰다.
오래된 농가와 대가집들을 둘러보고 사물놀이패들의 공연도 보았다.
70이 넘어보이는 무형문화재 노인의 줄타기에
이모님과 부모님들의 넋이 반쯤 나갔고
줄타기를 처음 보는 민규는 계속 박수를 쳤다.
퓨전국악공연이라 해서 뭔가 했더니
비보이 공연..!
흥겹고 구성진 국악 편곡에 맞춰 멋진 춤을 선보여
사람들의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옆에서 승마체험이 있어 민규를 안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흰 말 한 마리가 거칠게 뛰어올라 사람들이 잠시 움찔했다.
그런데 말들을 다루는 사람 중 하나가 냅다 말의 앞발을 걷어차는 바람에
얼마나 마음이 언짢던지...
말타기를 포기하려 했지만
잔뜩 기대에 부푼 민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말에 올라탔다.
벚꽃은 졌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관람객들을 맞아주는
붉은명자꽃이 있었고
그 외에도이름을 모르는작고 예쁜 꽃도 피어 있었다.
사람들이 인적이 뜸한 강변에는 나룻배가 사람들을 태우고 지나가기도 했고
대체로 한가롭고 평화로운 조상님들의 정취를 느낄 수가 있었던 풍경들도 만났다...
.
놀이기구를 타러간 모자를 기다리며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목을 축이며 보다 보니
진록의 까페 벽면이 이 곳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
무릎이 아프신 어머니의 신발 뒷축이 떨어지고
약 때문에 체중이 많이 늘어 걷기도 힘들어하는 여동생까지 동행하다보니
이래저래 신경이 많이 쓰였던 하루...
나들이의 백미로 풍납동 유천냉면집을 선택해서 저녁을 드시게 했더니
다들 너무도 좋아하셨다.
중간은 힘들었지만 시작과 끝이 좋으니
몸은 힘들었어도 마음만은가벼웠던 온가족 나들이...
ps.
어머니가 아프시기 전에
여동생이어디든 약없이, 새가 날듯 가볍게 동행할 수 있었던 예전에
왜 이런 나들이를 자주 하지 못했었나 싶어 ....
형을 잃고 난 후 가족들을 후회없이 사랑하겠노라고 내 자신에게 했던결심이
결국은 그저 빚쟁이에게 건성으로 하는 채무자의 약속처럼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내뱉는, 아주 가볍고 무책임한 변명같은건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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