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지금은 전쟁중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11. 4. 15. 01:07

드디어 올 것이 왔나보다.

나는 지금 딸아이와 전쟁중.

딸아이가 영어를 지독히 싫어하는 것과

그 표현방법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어이 큰 소리를 내고 말았던 것.

나는 최소한 다른 과목들은 못해도 영어만은 잘하길 바랬다.

그 잘한다는 것이 다른게 아니라 말하기.

시험용 영어가 아니라 실용적인 영어를 배우길 바랬던 것인데

아이는 영어 자체가 싫다고 말한다.

거의 분노 수준으로...

엄마를 닮은 게야.

둘 다 영문과를 나왔어도 애엄마는 어학보다는 사회과학쪽 경향이 더 강했었지.

그동안 아내 몰래 모아둔 300만원으로

여름에 아이를 해외여행 겸해서 필리핀 영어캠프에 보내주고 싶었었다.

그래서 어학원에 문의를 했는데

어느정도 원어민과의 대화가 가능해야 할거라는 말에

실망감 가득.

그런 상태로 집에와서

애엄마를 앉혀두고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거였다.

공부방에 가서 문법을 배우고 있다는건데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

아내에게까지 너무 화가나서

아이 있는데서 그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당장 공부방 때려치워!

그런식으로 공부할거면 학원이고 뭐고 다 필요없으니

당장 다 그만둬!

그리고 나현이 너!

해외여행 갈 생각은 꿈도 꾸지마라!

여행이란게 그저 구경만 하고 오는게 다가 아니야!

여행이란건 그 나라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이 사는 법을 이해할 수 있어야

진짜인거다.

그러기 위해선 영어가 하나의 수단이 되는거고!

영어를 배우면 또한 네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기도 해.

좋은 대학 가라고 이러는거 아니자나.

내가 언제 너한테 공부하라고 한적 있었니?

곧 있으면 너도 중학생이 될거고

그건 곧 공부를 가려서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기도 해.

싫어도 해야하는 일이 있고

지금부터 네가 그래야하는거다.

너무 극단적으로 좋다, 싫다 그리 말하는거

아빠는 정말 마음에 안든다.

당신도 애가 싫어한다고 대충 공부방에나 보내고 그러지말어!

서울에 사는 애들 지금 어떤지 알기나 해?

다른건 몰라도 영어는 실제 쓰고 말하는 법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거 몰라?

왜 그렇게 애한테 무신경할 수가 있어?

둘 다 앞으로 알아서 해!

쾅...!

심정이 참 복잡해...

씁쓰레하다고나 할까.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서운한거 반,

아이의 미래에 대한 걱정 반.

신경전을 언제쯤, 어떻게 끝내야할지도 모르겠고...

아내에게도 화가나.

월급계좌를 바꿔버릴까 싶은 생각도 했다.

아이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소소한 집안일들에 대해서도 거의 말을 않는

- 나의 부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미워서.

늘 혼자 저녁밥을 먹게 만드는 것도 마음에 안들고.

도대체 날 그저 돈버는 기계로만 여기는거냐고.

정말 집안이 엉망이 된 거 같아서

마음이 계속 불편하고 언짢다.


Touch and Go - Tango in har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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