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탐욕스런 기업에는 침을 뱉어라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10. 11. 1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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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취업지원업무를 수행한지 10개월 째...

하면 할 수록 어려운 일이 이 일이 아닌가 싶었다.

제대로 된 업무를 위해서는 상담에서부터 컨설팅까지 자격증과 경험이 있어야 할 전문분야의 직무임에도

대부분의 다른 대학들처럼 순환보직제 인사로 업무담당자가 되다보니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상당했었다.

군대에서 말하는 짠밥으로 숱한 어려움들을 연륜과 본능으로 헤쳐나온 고난 극복의 시간들이었다고나 할까...

그나마 유관 경험과 자격증을 갖춘 취업지원관들이 배치된건 내게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가급적 재학생 상담은 취업지원관들에게 일임하고 채용설명회와 같은 기업 관계에 치중했었다.

방문한 회사관계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했고 리쿠르트 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했다.

아마도 그들의 만족도는 90점 이상이었을 것이다.

설명회나 상담을 마치고 갈 때 매번 감사하다고 했고

어느 대학보다 잘 대해주더라는 말도 들었고

두번째 만났을 때엔 우리대학에 오면 편안함을 느낀다는 최상의 칭찬까지 들었으니

나름 내가 일을 못한것 같진 않아.

내 능력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구분하고 내가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배분하여 일을 진행하다보니

큰 어려움없이 업무가 수행되었고

취업률 성과도 컸었다.

취업프로그램 참가한 아이들과 자주 얼굴을 부딪치면서 안면이 튼 아이들을 보면

웃으면서 격려하고 축하하고 같이 우울해하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아이들과도 꽤 가까워짐을 느끼던 즈음

많은 노력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참 착하고 성실한 아인데..

스펙은 부족해도 재치가 많고 실무능력이 뛰어난 친군데...

악착같진 않지만 인정이 있어 호감이 가고 봉사도 많이 하는 아인데 ...

이렇게 예쁘고 참한 친구들이 실패를 거듭하며 힘들어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음을 고백해야겠다.

최선을 다해 기업관계자들을 응대했지만

채용은 솔직히 냉정했던 것 같다.

때때로 차갑고 오만해 보이는 일부 대기업 관계자들의 행태들로 인해

어떤 벽을 느꼈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먼가 정상적이지 않아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기업이 지나치게 '이기적'이라는 것.

이런 나의 생각은 마침 우연히 읽게된 아래의 한겨레 기사글을 통해 더욱 명확해졌다.

(관련글)

기업·정부·대학의 탐욕에 무너지는 아이들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448592.html

##

오늘 아침에 나는 이 글에 대해 다시한번 곱씹어보다가 팀장에게 가서 논쟁을 걸었다.

- 팀장님,대학의 목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거야 당연히 취업이지.

- 그럼 취업교육이 대학교육의 목표가 되어야한다는 겁니까?

- 당연하지. 요즘 취업처럼 중요한게 뭐있나?

- 전 취업교육이 대학교육의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김과장, 뭘 알고나 하는 소리야? 취업처럼 중요한게 어딨다고 그런말을 하지?

- 팀장님,대학은 직업학교가 아니잖습니까. 그건 기능대학이나 산업대학의 최우선 목표가 될 진 몰라도 4년제 종합대학에서 추구해야할 최고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와서 뚱딴지같은 소리를 해서 좀 황당하긴 한데, 그렇담 김과장은 대학의 목표가 무엇이어야한다고 생각하나?

- 당연히 학문의 발전이지요! 그것이 우리나라 4년제 종합대학의 최고의 교육목표가 되어야한다는 겁니다. 물론 취업에 소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진로 지원차원에서 취업교육이 필요하고 또 중요합니다. 다만, 4년제 대학 설립목적의 본말이 전도되어 학문발전보다 취업교육을 우선시한다면 우리나라 학문의 발전은 요원하고 노벨과학상이나 노벨문학상수상자를 배출하는 일은 더더욱 멀어질 것이라는겁니다. 그리고 학문의 발전을 소홀히 하면 결국 우리나라의 산업은 다른 나라에 예속화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교육에 대해서기업이 간섭하고 비실용적이라고 평가하는건 매우 이기적이고 지나친 오만이라고 생각합니다. 4년제 종합대학의 교육에 대해 할 얘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대학은 본연의 교육목적에 충실하면서 학생들의 취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게 맞습니다만 취업교육에만 올인해서는 안되고 그리 될 수도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 그럼 김과장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종합대학들의 실용교육에 기업이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기여를 해야합니다.자체 선발 노력없이 수능성적이나 특목고 출신들로만 손쉽게신입생을 뽑으려는 대학들처럼 스펙과 학생들이 감당하기 힘든 온갖 자격증, 경력 등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려는 기업의 행태는 반드시 제고되어야 합니다. 생각을 해보십시요. 아이들이 취업하기 위해 따야할 자격증과 봉사활동, 인턴, 교환학생, 배낭여행, 토익수강 등을 생각하면 아이들에게는 방학이 또다른 학기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특별한 경험을 쌓고 훌륭한 인성을 함양하겠습니까?아이들이 스펙에 몰두하는게 누구탓입니까? 그렇게 스펙으로 채용해왔던 기업들 책임이잖아요?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특별한' 경험이나 인성까지 보겠다고 합니다. 이건 분명 잘못된 거에요. 도대체 기업이 대학에 공헌한게 무엇이고 기여한 바가 무엇이며 대학교육을 위해 얼마나 투자를 했습니까? 그저 거저먹겠다는 심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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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채용설명회나 상담을 위해 학교를 방문하는 기업관계자들에게 '불친절'하다.

필요 이상으로 과잉접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상담이 뜸한 틈이면 그들에게 다가가 위와같은 주제로 논쟁을 건다.

그리고 S생명이나 S전자와 같은 대기업인 경우엔 더더욱 강하게 논쟁을 건다.

이와 함께 기업 이미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내가 그들에게 주장하고 부탁하는 얘기는 이렇다.

요즘 아이들은 기업을 선택한다. 특히 특정대학 출신들만 뽑는다던가 부정적인 뉴스를 탄다던가 하면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겠는 당신들의 목적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그 기분을 아는가? 당신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당신네 기업을 외면했을 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그 심각성에 대해 기업들도 숙고해봐야할 때이고 기업이미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할 때가 온거다. 당신들이 굴지의 S라는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상담인원이 뜸한 것은 단순히 보험업이어서가 아니라는거다. 폭력사태 등으로 뉴스에 등장했던 H그룹의 채용설명회도 망했다.

이제는 기업들의 사회적 공헌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는가? 특히 대학의 인재를 누구보다도 필요로 하면서 대학교육 기여에는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는 행태는 멈춰야한다. 홍보성 이벤트성 봉사가 아니라사회와 대학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대학 교육을 기업이 좌우해서는 안된다.대학 교육에실용성이 부족하다면당신들이 직접 참여해서 보완해주어야 한다. 이미 일부기업은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KT&G의 멘토지원 프로그램이 그렇고 L그룹은 전반기부터대학 실무교육 관련 프로그램 수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돌아가면 당신네 회사에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꼭 건의해달라. 내가 적극 협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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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예쁘고 성실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좋은 아인데도 불구하고

스펙 때문에, 편입 학력때문에, 자격증 때문에, 여자라서 등등의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좌절하는 몇몇 아이들을 보면서

괜히 울컥해서 횡설수설...

앞으로 나는 아이들을 야단치거나 비난하지 않을 작정이다.

아이가 준비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인정하고 대신 끊임없이 스스로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비판 대신 더 많은 격려를 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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