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근속상을 받았다.
하,
참 세월 빠르다.
그 세월동안
얼굴에 주름이 늘었고
머리가 희었으며
여전히 바쁘게 일한다.
변한건,
내 몸이 늙은것 뿐일세.
전혀 예상치 못한 축하 인사들...
모범직원상을 받았을 때도,
장관 표창을 받았을 때도
이렇게 많은 축하를 받지 못했었다.
.
내 성격상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고
일할 때는 저돌적이어서 서로 참 많이 부딪치고 힘들게 했는데도
이렇게 축하를 해주다니
하,
눈물난다.
입사 후 처음으로 답례품을 준비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아내의 동네 후배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에서 사온 더치커피.
축하난을 보내온 동료들에게 일일히 하나씩 돌렸는데
다들 너무 좋아한다.
다행이다...
이 중 하나는
이번에 30년 근속상을 받은 B과장님에게 전달.
내가 축하도 못해주고 미안해서 사왔다고 하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짓다가 금새 울먹울먹...
나도 갑자기 마음이 짠해져왔다.
우린 참 악연이긴 했지.
일 때문에 한 두번 싸운게 아니었으니
서로 감정이 없을 수가 있나.
그래도 내가 많은 것을 받고보니
이 분에게 먼저 축하를 드리지 못한것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왔었다.
어쨌든,
나도 마음의 짐 하나를 내려놓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축하난을 보내준 분들에게 일일히 전화를 돌렸었다.
그 중 한 사람이 해준 말이 지금까지도 계속 귓가를 맴돈다.
"아유, 고맙긴요. 이런게 다 정(情)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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