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2018 대학입시에 대한 단상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17. 11. 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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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20년간 근무하고 있는 나로선 입시전략을 짜는게 머 그리 어려울까 싶었었다.

올해 딸아이와 수시원서 작성과 지원대학을 고르면서 내가 얼마나 안이한 생각을 했었는지 깨닫게 됐고 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갖게 되었다.

 

솔직히 난 아이가 받아오는 성적표를 제대로 해석(?)하기도 쉽지가 않았었다.

수학능력시험에 선택과목이 도입되고 선택과목별 난이도 등을 맞추기 위해 통계학에서 사용되는 백분율, 표준편차 등의 개념들이 도입되면서부터 아이들의 성적표가 많은 학부모들에게 난감함을 안겨준 탓이었다.

 

대학입시는 여기에 각 대학별로 가중치를 적용하고 경우에 따라선 과목마다 반영비율을 다르게 적용하여, 실로 각 대학별 입시요강 이해에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었다.

 

난 일이 바쁜걸 핑계로 아이엄마에게 수시의 중요성과 정시인원 감소에 따른 정시 합격점수의 상향 등 입시 경향에 대해 미리 알려주고 대비하라고 했었지만, 아내는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준비해내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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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대학들이 학교생활에 충실했으면 수시에 합격할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이 말은 솔직히 거짓말이었다.

수시는 지원 전공에 열정이 있어야하고 그걸 차별화시켜 보여주어야만 합격가능성이 높은데 학생부 기록만으로는 이런 차별화가 쉽지 않고, 그래서 많은 강남 학부모들이 비교과 활동 실적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결국 내 딸은 나와의 수시 지원대학을 결정하기 위한 토론 중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저 학교생활에 충실했고 스스로 알아서 공부했고 학교생활 외엔 딴 눈 한번 판적 없는데 막상 자기소개서를 쓰려하니 너무 막막하단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결국 학교 추천 전형으로 한 곳을 정하고 나머지는 아이가 원하는 몇몇 대학에 수능점수 반영 조건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차분하게 수능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

솔직히 나도 어찌될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할까.

정시를 준비하려면 여기저기 막연히 설명회 쫓아다니기 보단

희망하는 몇개의 대학과 학과를 정하고 해당대학 입학상담을 통해 합격가능성을 알아보는게 가장 실리적인 준비전략이긴 하지만 일단 점수가 나와봐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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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대학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수시합격자의 내신등급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었다.

거꾸로 말하자면 수시모집이 확대되면서 학교생활에 충실하여 좋은 성적을 받은 아이가 우리 대학에 수시로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축소되고 있다는 얘기다. 

내가 막상 대입 수험생 부모가 되고보니

비슷한 성적으로 누군가는 서울 상위권 대학에, 누군가는 수도권의 중하위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내 아이보다 성적이 낮은 누군가는 내 아이보다 훨씬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공포심까지 느껴졌다.

아이는 그저 열심히 학교를 충실히 다녔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내신성적을 유지했는데 이런 정상적인 노력들이 수시에선 차별화가 되질 않는다. 결국 부모들이 입시제도를 선도적으로 이해하고 미리미리 입학전략을 잘 수립해서 대비해야 아이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강남 학부모들이 모여서 스터디를 하고 입시정보를 교환하고 대학입시 정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대장노릇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

인정하기 싫지만

요즘 입시는 부모 하기 나름이다.

수시확대에 |따라 정시 모집인원은 계속 감소하고

따라서 정시입시배치표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의 거의 모든 대학들의 합격점수가 상향되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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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어렸을 적에는 수시확대라는 현행 입시정책의 방향이 가치가 있다고 느꼈었다.

수험생 학부모가 된 지금의 나는 현재의 입시가 최선의 정책인지에 대해솔직히 회의적이다.

 

지금 교육부는 수시를 더욱 확대하여야 한다는 입장이고

입시관련 기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댓글에는 옛날처럼 점수로만 순위를 매겨 대학합격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더 많다.

 

내 개인적으로는 옛날방식으로의 회귀에는 반대다.

대학과 무관한 50~70%의 아이들에 대한 대안이 없어 공교육이 더욱 황폐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수시입시 확대에 대해선 더더욱 부정적이다.

대학은, 연구자와 상식적인 시민을 동시에 길러내는 곳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입시가 일방적인 방향이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의 방식이 균형있게 시행되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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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데

우리의 현실은 정치논리에 좌우되면서 난장판이 되어버렸으니

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좌우논리를 배제하고 근본부터 교육을 다시 생각해봐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