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약간 좀 색다른 이야기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18. 6. 1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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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온듯, 더워지기 시작.
비가 오기직전의 후덥지근함이 목까지 차 올라 숨이 턱턱 막히는 밤.
그렇게 덥다, 덥다 하면서 베란다 문을 열어놓았었는데
바람이 분다 싶더니 갑자기 몸이 서늘해졌다.
오한이 든 사람처럼 몹시 덥다가 금방 한기가 느껴지고
밥을 먹고 나니 또다시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온다.
다시 베란다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가 싶었는데
어느샌가 긴팔 옷을 찾아 챙겨입고 있는 나.
미친 놈 널뛰듯 몸의 기운이 오락가락하는 밤이다.
평소 몸에 열이 많은 편인 아내가
춥다는 말하는 날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쳐다봤다.
음... 나홀로 느끼고 있는 이 서늘함은 설마, 영(靈)의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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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신기한 체험을 하거나 남들이 믿기 힘든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다.
귀신을 본다거나, 예지몽을 꾼다거나, 점을 칠줄 안다거나 하는 그런 특별한 경우가 있다.
보통 그런 걸 믿지 않는다 해도 가끔 꿈에 관한 얘기들을 들어보면 무조건 못믿겠다고만 할 건 아닌거 같다.

아래의 내용은 2007년 3월에 형을 허망하게 잃기 전 후의 꿈 얘기를 일기로 적어놓았던 것이다. 누구나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싶다.

"2월초엔가...윗니 세개가 허무하게 빠져버리는 몹쓸 꿈을 꾼적이 있었다.어머님께서도 몹시 흉한 꿈을 꾸시고는 자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넣으셨었다.여동생은 칼을 베고 자는 꿈을 꾸었었다며 울먹거렸었다. 숙부님의 띨하나는, 아랫니가 빠졌었다고 한다. 형이 죽던 날, 숙모님의 운세에는문상을 하게될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올해 나의 토정비결에는 집안에 근심수가 있다고 써있던 것도 기억난다..형을 묻고 온 후에는 꿈에서내 오른쪽 어금니가 빠져버렸다. 그 다음 다음날 꿈에선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게 체포되기도 했다. 아버지께선 꿈에서 떼거지로 몰려든 사람들의 몰매짓을 피하느라 발버둥치셨고 그 때문에 어머니는 밤새 잠 한숨 못자셨다고 한다...

(중략...)

세상은 어쩌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수많은 필연들로 이루어진 것인지도 몰랐다..."

이후 절에서 형의 천도제를 지낼 때 아침엔 해가 떴고 제를 올리는 동안엔 느닷없이 함박눈이 펑펑 내렸고, 제가 끝난 후엔 맑게 개이면서 새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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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아들 민규는 형이 죽던 해 생겨서 그해 12월에 칠삭둥이로 세상에 나왔다. 민규가 3살 쯤 되었을때 구리 시내에 가족 나들이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노인을 만났다.

그 노파는 길 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구걸을 하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행색이 몹시 초라했으나 눈빛만은 어딘지 남다르게 느껴졌었다. 평소같으면 그런 노인들을 멀리 피해서 갔을텐데 그날만은 나도 모르게 그분 곁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 노파는 우리를 보자마자 손을 내미는 대신에 대뜸 "아들 잘키워! 아들이 살렸네, 아들이 가족들을 살렸다고!" 라고 소리쳤다. 난 순간 너무 놀라 자빠질 뻔했다.

그 노파의 말은 사실이었다. 형의 죽음으로 온 가족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었는데 민규가 태어남으로 인해 특히 어머니가 정신이 돌아왔고 집안에 웃음꽃이 다시 핀, 그야말로 민규는 우리 집안의 복덩이였다.

그 노파는 나와 아내를 번갈아보면서 둘이 성격이 바뀌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고도 했다. 사실 아내가 나보다 훨씬 사회성이 좋았기에 그분의 말도 사실이었다. 결국 난 아무말 안하고 그 노파의 손에 천원짜리 몇장을 쥐어드리고 그곳을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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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민규가 죽은 형의 환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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