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까 싶었는데 결국 다녀왔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두번째 맞는 추석.
부모님들도, 숙부님들도 다들 이젠 연로하시고 코로나 등으로 상황도 않좋아서
이번 명절엔 제대로 모이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말에
아내와 둘이 다녀왔다.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 앞.
이곳에 올 때면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주던, 할아버지가 심었다던 은행나무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여기저기 가지가 잘린 채
죽은 나무가 되어 있었다.
시골집은 여전했다.
새벽에 일찍 집을 나섰던 신내동 숙부님 내외분과 함께
그리고 뒤늦게 도착한 큰집 사촌형과 누이와 함께
산소에 가서 음식을 차리고 절을 했다.
작고 이쁘셨지만 성질만은 꼬장꼬장하셨던 우리 할머니,
잘 계셨는지...
지병으로 할머니보다 한 두해 먼저 가신 백부님도
안녕하셨는지...
누울 묘자리 없이 조상님 묘소 주위를 바람에 떠다니고 있을 형도
잘 지냈는지 ...
사촌형님의 지인이 비어있는 시골집에 거주하며 이미 벌초를 다 해놓으셔서
힘들지는 않았지만
새벽과 달리 이 날 낮은 또 왜이리 덥던지
땀이 눈물처럼 계속
눈주위를 흘렀다.
이날, 시골집에 거주하시던, 사촌형 지인 내외분...
참 감사했습니다.
특히 우리를 위해 만들어 내주신 동그랑땡.
지금까지 먹어본 것중 제일 맛있었습니다.
단 한번 뵈었지만
음식도 잘하시고 정도 넘치시던,
정말 좋으신 분이었습니다.
나와 아내가 시골집을 나선 후
음식을 준비해주신 사모님이 갑자기 쓰러져 운명을 달리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떠나오기 전 직접,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인사도 못하고 그냥 와서
너무 죄송합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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