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캐나다의 학교 폭력과 한국의 학교 폭력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12. 2. 15. 23:46

우연히 캐나다 윈저대학의 서상철 교수님이 쓴 학교폭력에 관한 글을 읽었다.

그 내용이 좋아서 잠깐 정리해본다.

우선 한국과 외국의 학교폭력에 대한 가장 큰 차이는 괴롭힘에 대한 인식의 정도라고 하겠다.

이를테면 캐나다에서는 '짱개'라고 놀리듯 부르는 일로 학부모가 소환되고 결국 전학까지 간다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욕설과 왕따는 물론 폭력과 자살이 발생할 지경이 되도록방치되는 현실이

참 안타깝기만 했다.

또 하나의 차이는 선생의 지도 범위에 관한 부분이다.

'사랑의 매'에 대한 필요성이 역설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캐나다에서는 선생이 밀치거나 위협을 가하는 행위가 일절 금지되며

큰 소리로 야단을 치는 일 조차 없다고 한다.

처리방식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있다.

학생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처럼 가벼운 체벌이 있다는 점에선 같지만

중대하다 싶은 사안의 경우에는 해당학생을 교장에게 보내는 것으로

교사의 임무가 완료된다는 것이다.

담임 맡기를 회피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부분이라 하겠다.

나는 사실 내가 학교다닐 때보다는 훨씬 적은 3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을 제대로

생활지도 못하는 것이 교사의 책임이며,

교사라는 직업이 소명의식이 아니라 직업인으로서만 선택되는 현실이 문제가 있다고 보았었다.

행정적 업무도 과중한데다 학생 개개인의 생활지도까지 떠맡는 한국적 현실에도 분명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결국 학생들이 연이어서 자살을 하고 사회문제가 되다보니 교과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그런데 서교수님은 이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한국의 학교폭력의 근원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서교수님이 보는 우리나라학교현장에서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라고 말한다.

"학생들 사이의 폭력은 그들이 창조한 것이 아니다.
부모나 교사가 한 학생에게 가하는 위협적 말 한마디가
급우에게 사용되는 위협적 언사로 나타날 것이다.
그들이 빈번히 당하는 언어폭력이나 신체에 가하는 폭력은
그들의 행동에 그대로 나타난다.
가정과 학교에서 때리거나 언어폭력에 의한 강압적 명령과
복종의 관계에 익숙한 학생들이
급우와의 관계에서 그러한 강압적 관계를 맺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런 위협과 폭력적 언사는 입시와 경쟁이라는 특수한 한국적 사회현상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없이 단순히 가해자에 대한 처벌 위주로 만들어진 대책은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게 서교수님의 주장이다.

"학교 폭력은 입시 경쟁에 예속된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에서 나오고,
한국의 사회 문제에서 나온다.
그런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논의조차 없이 폭력 방지 대책만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학교폭력과 관련해 인성교육을 입학사정관 점수에 반영하겠다는 교과부의 대책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과도한 입시 경쟁이 인성 교육 실패의 근본 원인이다.
그럼에도 인성 교육마저 입시 경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그 발상 자체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진정한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결국 학교폭력 문제는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모두 나서야 하는 문제이며

모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교과부와 교사, 그리고 학부모 모두가 변하지 않는 이상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것은 매우 요원할 뿐이다.

내가 아이에게 경쟁을 부추기고 좋은 대학 가기를 계속 강요한다면

내 아이는 결국 학교 폭력의 그늘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교사가 권위를 벗고 진정으로 소명의식을 갖지 않으면, 아이들의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아이들은 영원히 그들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며

교육당국자들의 학교 폭력의 근원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고민이 없다면

대책이라는건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원문 : 캐나다의 학교 폭력과 한국의 학교 폭력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215095718&section=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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