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밤낚시를 다녀오다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6. 7. 10. 00:52

갑작스런 직장선배의 제안으로

1박2일의 밤낚시를 다녀오게 되었다.

아직 혼자서는 낚시갈 엄두를 못내는 초보강태공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 나로선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천 각평 낚시터..

예전에 한번 와보았던 곳.

올해 처음 떠나본 낚시여행이어서

마음이 많이 설레었었다.



그저 낚싯대 하나 드리워놓고

심드렁하게 앉아있는게

나의 낚시다.

그러다 보니

나의 고기잡는 도구는 늘 이렇게

2.8칸짜리 낚싯대 하나.

아직 고기잡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

붕어보다는 이런저런 잡념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고기들이 숨어버려서 나오지도 않는데

저 아침해나 낚아볼까?



붕어란 놈이 참 묘한게

사람을 가려서 미끼를 문다는 것이다.

나야 원래 실력이 없어서 그렇다해도

밤새 백전노장의 낚싯대마저 피해서

2~3미터 떨어진 우리 옆사람들의 미끼만 덥썩덥썩 무는걸 보면

인생도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運이란게 있는가보다 하는

생각을하게 만든다.

다음 날 아침

젖은 안개와

그 안개를 헤치고 쏟아지는햇살,

잔잔한물결과 그 위에서 춤을 추는 낚싯대 그림자들..





부드럽게 비추는 아침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그리고 약간의 비릿한 냄새들이 섞여

참 평화롭다는 느낌을 주는..

이런 그림들은

내가 낚시여행을 떠날 때마다 늘 꿈꾸고 바래왔던

그런 풍경들이기도 했다.



낚시터 뒷편의 평화로운 풍경.

저 끝간데없어보이는 들판사이로 걸어가면

나의 그리움의 근원을 만날 수 있을런지...


결국 밤새 고기를 잡지 못했다.

내 그리움의 원천이 그러하듯

나에게 있어 낚시는

근원을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대한

구애의 한 과정일 수 밖에없었다.

잡히지 않는 고기를 기다리듯

.

.

.



김인옥 - Wayfaring Stranger(Emmylou Ha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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