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붕어 밥주는 남자 (2023.2.15. 고골낚시터)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3. 2. 15. 19:47

오랫만에 낚시터를 찾았다.

집근처 새말낚시터가 없어지는 바람에 멀리 한강다리를 건너 하남에 왔다.

평일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다.

요 며칠 날씨가 따뜻했기에 낚시하기에 괜찮을줄 알았는데 웬걸?

꽤 쌀쌀하다.

 

 

하늘은 쾌청했고 온화한 햇빛도 쏟아졌지만

심술궂은 바람이 간간히 들이닥치고

무엇보다 수온이 영 ...

그래도 간만에 나오니 좋긴 한데

이 느낌 뭐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이 느낌;;;

 

 

붕어밥을 열심히 말고 던졌다.

음... 다시 한번 ..또 한번 ..

그렇게 다섯번 정도 던지고 나서 다시 밥 갈아주려고 대를 들었는데

어라? 

묵직하다;;;

주변에서 알짱거리다 재수없게 걸린 향붕어 한 마리.

음... 이 기분은 또 뭐지???

 

 

그렇게 운좋게 손맛을 보고 다시 대를 던져놓고 인터넷 음악방송을 들었다.

일반인이지만 참 재능있는 시제이(CJ)가 많은듯.

우스게 소리도 곧잘 한다.

이를테면

뒤뚱거리는 오리를 레임덕이라 하는데 여자들이 싫어하는 오리는 치근덕이라는 둥

인터넷에서 만난 커플이 자주 싸워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니

원래 그런 경우 대개 남자가 졸라 혼난다는 요상한(?) 얘기도 하고

불의를 보면 자기는 절대 참는 타입이라는 소리도 하고 ㅎㅎ

그냥 웃겼다.

 

그렇게 음악을 듣다 보니 집에 갈 시간.

6시간동안 총 5번 정도 입질을 봤고

2마리를 잡았지만 입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우연의 결과물.

 

하아...

원인은 너무 오랫만에 했던 낚시라는 것과

저부력찌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

그렇게 반나절동안 붕어 밥만 주고 왔다.

 

사실, 그냥 이것저것 생각들좀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잘 살지 고민도 좀 해볼 참이었지만

겨울 붕어들 만큼 생각이란 놈도 잘 잡히지가 않더라.

 

어제 우연히 발견한 부분탈모에 대한 걱정만 잔뜩 짊어지고 돌아왔다.

 

박원 - 나를 좋아하지 않는 그대에게

붕어에게도, 시간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하루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