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이런 일들을 겪었어야 할까
왜 내 삶은 이정도 밖에 안될까
가끔씩 드는 부정적인 생각들...
물론 세상은 내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고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는걸 알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이 내 현재모습에 불만스러울 때가 생긴다.
현자들은 그런 부정한 생각들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맞는 말 같다.
낚시터에 와서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을 바라보다보면
그 모든 생각들을 잊을 수가 있다.
처음 낚시를 시작할 때엔
이런 저런 잡생각들 때문에 음악도 듣고
다른 사람들 낚시하는 모습들도 살펴보게되고
그러는 사이 붕어들이 잽싸게 내가 던진 미끼들만 채가곤 했다.
그렇게 물가를 찾아가는 시간들이 쌓여가면서
어느순간 꾼이 되어버린 내 자신을 발견했다.
고요한 몰입,
그 순간 동안에는 어떤 생각도, 어떤 후회도,
그 어떤 존재도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심지어 그 순간동안에는
나 자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젊었을 때 발표자료를 만들다가 고개를 든 순간
창문 밖으로 환하게 스며들던 아침 햇살이 떠올랐다.
몰입을 해보지 못한 자는
일을 할때도 주도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낚시를 하면서 누군가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이는 모범생처럼 탐구하는 열정에 온 시간을 던지지만
독조를 즐기는 나는 낚시행위가 주는 몰입의 즐거움에 푹 빠졌다.
낚시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분명한 한 가지는
낚시가 즐겁다는 것.
거기에는 다양한 기쁨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평소 생각이 많은 나에게는 내 모든 생각을 지우는 몰입의 순간이
가장 큰 축복같다.
2025. 8. 15. 광복절날
포천 새마을낚시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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