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여동생에게 문자를 받고 씁쓸했다.
아버지 때문에 힘든건 알겠지만 그래도 나에게 문자해서 언니가 문자를 '씹는다'고
기분나쁘다는 식의 문자를 보내는 이 상황을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아내가 가방 만든다고 재봉틀에 앉아 작업하느라 문자를 늦게 봤고
회신한다는게 그만 작성중인 상태로 두고 보냈다고 착각한 거였다.
그러다가 수능 앞둔 민규를 격려하기 위해 저녁을 먹으러 나온 상황에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처음엔 좋게 타이르려고 했다가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왜 이리 다들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지...
사주 봐주신 분의 '가족들도 남이다'라고 했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얼마 전부터 동생들 사는게 너무 마음에 안들고 화가 나 있었지만
그저 꾹 참고 있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들보다 엄격했던 형이고 오빠였다.
그래도 성인이 된 후 머리 좀 컸다고 함부로 야단치거나 조언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본인들이 엄청 잘난 줄 알고 나나 아이엄마한테 가끔 무례하게 군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내가 걱정 안하게 잘살거나 현명하게 살았으면 좋으련만
남동생 놈은
형편이 어렵고 힘들면 와이프가 마트라도 나가서 힘을 보탤 생각을 해야하는데
알량한 자존심으로 그것도 못하게 하면서 부모랑 내게 손만 벌리고
자식들은 죄다 사회 부적응자로 만들어 실업자 신세로 집에서 쳐박혀 지내게 만드는 등
자기 가정마저 최악의 상태로 끌고 가고 있었다.
여동생은
그냥 내가 지나쳤다고, 언니한테 미안했어라고만 했으면 될 것을
왜 자기 힘든건 안알아주냐고 오히려 내게 서운해 하기만 했다.
난 언니 엄마나 돌아가신 장인께 니 언니만큼 못했다,
너에겐 남이니까 니가 말이건 행동이건 더 조심해야 한다,
너 병원에 있을 때 온갖 뒤치닥거리 다 한 게 언닌데 니가 그러면 안된다는 등
여러가지 다른 입장에서 얘기들을 했지만
소용 없었다.
사실 여동생과 부모님에겐 며느리이고 남의 집 사람일지 모르겠지만
내 아이들의 엄마이고 나의 아내이며 나에게는 둘도 없는 가족이며
나나 언니나 자기보다 윗사람인데
그래도 서운하다고 할까봐 저리 말했음에도 저렇게 말하는게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여동생이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독한 말들을 쏟아냈다.
너희들 제대로 반성하고 똑바로 살지 않으면 다신 오빠 안볼 줄 알라고 엄중 경고하고
부모님에게 내 할 일만 하겠단 약속을 지키려고 다른 날의 휴가를 내일로 변경했다.
2025. 11. 9.
그렇게 안좋은 마음으로 잠이 들다 보니 기어이 중간에 깼다.
아내와 따로 차를 몰고 가다 어느 지점에서 누군가의 차로 같이 갈아타고 낯선 동네에 갔는데
어느 허름한 집 앞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가 나 몰래 이사한 집인데 너무 허름해서 어머니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그러다 집 주변을 둘러보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형이 야구모자를 쓰고 쭈그려 앉은 채 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요즘도 야구 좋아하냐며 투수 아무개를 아냐고 물었다.
난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고 그렇게 주위를 더 둘러보다
내 아내와 식구들이 사라진걸 알고 정신없이 왔던 길을 뛰어 올라갔다.
가파른 언덕과 둔덕길을 몇개나 기어오르다시피 정신없이 올라가다가
강변 쪽에 나무를 엄청나게 큰 쥐가 갉아먹고 있는걸 발견하고 깜짝 놀래서
쳐다봤다.
그 때 주변에서 큰 소리가 나면서 놀란 그 검은 쥐가 물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걸 보고
잠이 깼다.
새벽 2:23분 경이었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형이 죽었었단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죽은 자는 꿈에서도 말이 없다는데, 나에게 말을 한 것도 이상하고
뜬금없이 야구 얘기와 모르는 투수 이름을 말한 것도 이해가 안됐다.
크고 검은 쥐는,
쥐 띠인 여동생인 것 같았다.
이 모든 일이 여동생의 문자로 시작된 일이기에 이런 꿈을 꾸게 된 것 같았다.

아침 10시 30분.
구의동으로 가서 아내랑 부모님, 여동생을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정밀 검사를 받는 날, 기어이 어머니도 따라나섰다.
난 운전만 하고 모든 일을 아내에게 맡겨둔 채
점심도 거른 채 내내 차 안에만 앉아 있었다.
검사는 오후 1:30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아무 말없이, 눈도 마주치지않고 부모님댁까지 모셔만 드리고
아내와 집으로 돌아왔다.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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