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어느 가을 날의 낚시 (2025. 11. 16., 새마을낚시터)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5. 11. 16. 21:21

늘 비슷한 시각, 같은 장소.

습관이 무섭다.

 

이렇게 잠깐씩 쉬면서 시간을 낚는 인생,

좋구나.

 

오늘따라 까칠한 녀석들.

 

겁에 질린 어린 애처럼 한참 숨어있다가 나오기도 하고 ...

 

바람이 불면서

 

바닥 찍자마자 멋지게 찌를 올려주기도 하고

 

깔짝거리다 멋지게 올려주기도 하더니

 

이후로 한동안 숨어 있던 녀석들.

 

찌를 가볍게 새로 맞추고 겨우 다시 만난 붕어들.

 

세차게 불던 바람이 지나가며 고요해진 저수지.

 

내리는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녀석

 

쓸쓸하게 떨어지는 낙엽들.

 

녀석들도 가을을 타는건지 꼭꼭 숨어버려서

더이상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오늘 봤던 가장 어린 붕어.

겨울을 잘 날 수 있을지 ...

 

[낚시후기]

낚시를 하다 보면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다.

오늘처럼 바람이 세게 불면

낚시가 잘 안되기도 한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처럼 노력해도 역부족일 땐

쉬어가면서 바람이 그치기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인생이랑 똑같다.

잘 안된다고 가만히 있으면 안되고

잘 된다고 마음 놓으면 뭔가 놓치는 법.

 

아침에 낚시 짐을 차에 싣고 나서

놓고 온 핸드폰을 다시 가지러 가려다 후진 중

내 부주의로 백미러 끝이 파손됐었다.

마음이 상해서 그냥 낚시를 포기하려다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원래 계획대로 다녀왔다.

직진, 멈춤, 좌회전, 우회전, 황색불.

내 인생에도

신호등이 있었으면 좋겠다 들었다.

 

요즘 나도 모르게 쫓기는 사람처럼 마음도 급해지고

마음이 괜찮다가 급격히 불안해지다가 했던 것 같다.

잠시 멈춤의 시간이 필요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