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불복종에 관하여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9. 6. 21.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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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짜증이 자주 났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일들이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되고 있으니 저항도 쉽지 않다. 말 한마디, 이메일 한 통만으로도 잡혀가는 세상이다보니 일제시대 때 독립군 잡아가던 순사보다도 지금의 경찰이 더 더럽고 무섭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를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서 예전에 사두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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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종이라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와 영향에 관한 프롬의 설명은 매우 적절하고 명쾌했다. 그에 따르면 불복종이라는 행위는 인류 역사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고 자유를 얻기 위한 진정한 용기가 필요한 행위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간이 왜 그리 쉽게 복종하는지, 불복종하기가 왜 어려운지도 잘 이해되었다.


인간이 쉽게 복종하는 것은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며, 불복종하기가 어려운 것은 고립되고 '죄'를 짓는 것에 대한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용기를 가지려면 어머니의 보호와 아버지의 명령으로부터 벗어나 충분히 한 개인으로 성장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능력을 가져야한다(21) .

고립되고 죄를 짓는 것은 결국 자유를 얻는 것. 자유를 두려워한다면 불복종할 용기를 가질 수가 없다(21)

정치적 자유를 억누르는 권력의 속성과 권력 구축의 과정, 그로 인해 개인이 어떻게 조직화되고 복종해가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들은 참 절묘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비로소 왜 대통령이란 사람이 저리도 고집스럽게 소통을 거부하는지 짐작이 갔다. 대통령은 속으로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무조건 복종하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감히 권력에 대하여 ‘아니오’라고 말하기 어렵고 불복종하기 어려운 또다른 이유가 있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복종은 선과 그리고 불복종은 악과 동일시해 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인류 대부분의 역사에 걸쳐 소수가 다수를 지배해 왔기 때문이다. 오직 소수만이 생의 좋은 것들을 독차지했고, 다수에게는 오직 그 찌꺼기만이 주어졌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 같은 지배가 이루어졌다. 소수가 좋은 것들을 즐기고 나아가 다수가 소수를 위해 봉사하고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즉 다수가 복종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22).


MB정권의 통치 철학에 대한 설명이라 해도 좋을 내용이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랑’보다 ‘믿음’을 더 강조하는 한국 기독교의 속성과도 참 많이 닮았다.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기독교인인 것이 필연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에 누군가를 (종교)신자로 만드는 일은 일종의 세뇌와도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의 정부가 인터넷과 방송에 대해 벌이는 강압적 행태들이 전혀 이해못할 바는 아니었지만 다음의 내용들은 현 정부의 언론에 대한 필요 이상의 강경 정책들이정치적 목적을 담고 있다는 걸 잘 깨닫게 해주었다. 복종을 위한 선전의 장으로 활용되어야 할 언론의 불복종은 그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용인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들이 왜 촛불을 두려워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복종은 순전히 강제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여러 가지 불리한 점이 있다. 그것에는 언젠가 다수가 힘으로 소수를 전복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계속적인 위협이 따르고 있다. 게다가 오직 두려움 때문에 행하는 복종으로는 잘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힘에 의한 공포에 근거를 둔 복종을 인간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복종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즉 인간이 불복종하기를 두려워하는 대신 스스로 복종을 원하고 심지어 이를 필요로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권력은 전선하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권력은 불복종은 악이고 복종은 선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리하여 다수는 복종이 선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그들 자신이 비겁해서가 아니라 악이기 때문에 불복종을 혐오하게 된다(22).

이런 무서운 정치권력의 지속적인 복종화 시도에 대해 프롬은 인류 파멸을 우려하면서 각 개인들에게 절대 복종하지 말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조직화된 인간은 불복종의 능력을 잃게 되고 심지어 자신이 복종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된다. 역사상 이 시점에서 회의하고, 비판하고, 불복종하는 능력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종말을 막을 수 있는 모든 것이리라(23).


‘원폭 투하와 같은 죽음의 단추를 누르도록 명령하는 비합리적 권위들에 순수히 복종함으로써 인류 역사가 막을 내리는’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그의 주장은 결코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최소 인류멸망까지는 아니어도 이 나라가 파멸하는 것을 막는 길은 이와 같은 시민 불복종 시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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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에 따르면 '복종할 줄만 알고 불복종하지 못하는 자는 노예이고 반대로 복종할 줄 모르고 불복종만 하는 자는 반도(叛徒)'라고 한다. 그의 설명들을 종합해보면 우리는 나 자신의 이성 혹은 확신에 대해 긍정하는 복종을 해야하며 강제를 동반하는 비합리적 양심을 거슬러 스스로 존재하고 판단하게 하는인간주의적 양식(humanistic conscience)을 가져야 한다.

프롬의 글들을 읽다보니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명박대통령 자신 또한 복종하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과거의 성공신화에 도취한 사람으로 프롬의 표현대로라면 ‘자신과 자신의 맹목적인 열정에 복종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MB정권의 수행자들은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하고도 무죄를 주장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처럼 자신만의 완전하고 맹목적인 신념에 의거해서 정당성을 주장할 지도 몰랐다.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은 설사 죽었다 다시 산다해도 똑같은 신념에 의해 지금과 같은 통치를 할 것이 거의 분명하고 나는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고통스럽긴 하지만 이로 인해 희망을 꿈꿀 수도 있게 되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었다. 아담과 이브가 불복종을 통해 인간으로 재탄생하게되고 인간 본연의 모습을 발견해 나갔듯이 우리들 자신 또한 자유와 인간성 회복을 위해 비판적(critical) 정신을 계속 고수하고 지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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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국가는 단순한 합법성을 토대로 정당성을 내세워서는 안되며. 시민들에게 법에 대한 절대적 복종이 아닌 조건부의 복종을 요구해야 한다(위르겐 하버마스)


민주주의는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많고 적음'의 문제이며,시민 불복종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정당한 행동이다 - 조효제 성공회대교수


시민 불복종을 위해서는 자기희생의 용기와 특권을 포기할 수 있어야한다. 용기가 없으면 불복할 수 없다(오현철 저서, 시민불복종-저항과 자유의 길)


관련기사 :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보이지 않는 저항! (한겨레 21)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51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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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도올 선생이 생각나네. 참 말씀이 많으실듯 한데. 그래서 검색해봤더니.. 있다!

이 분에 대해 궁금해한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었다니!.


관련글 : 도올 김용옥은 대체 어디 있을까??

http://afro.tistory.com/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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