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총선일이랜다. 난 투표장이 어딘지도 몰랐다.
출근길에 몇번 후보들에 대한 벽보를 보았지만 그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아.. 한 사람은 알만했다.
나와 연배가 같은, S대 교수 출신의 여자 후보자...
요 며칠 폴리페서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몇차례 나왔을 때마다 제일 먼저 언급되던
K교수..
사실 난 대통령선거때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지나치게 현실정치에 대해 부정적인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나만 그런줄 알았다. 그랬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도 같다.
"어제까지도 투표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역시나 뽑을 사람이 없었다."
"무관심도 하나의 정치적인 표현이다.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말아 달라."
"XX들 다 도둑놈들 같다. 투표장에 걸어가는 10분이 아깝게 느껴졌다."
나만 열불내며 정치인들을 욕했던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매번 꼬박꼬박 선거에 참여해왔다는 어르신까지도 정치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감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번 선거에 이슈가 없다는 말이 많았다.
어떤 신문에서는 이번 선거가 공천파동 선거라고까지 폄하하고 있었다.
평소에 현실정치에 적극적이었던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친박과 친이에 쏠려 있었다.
나는 정치인들만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더럽고 X만도 못한 사람들을 국회로 보내는 이들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절망스러웠다.
구태 정치인은 스스로 개선되지 않는다.
국민의 의식이 변해야 정치도 선진화되는 법이다.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은 그래서 모두 국민탓이다.
'투표해봐야 바보만 되고만다'는 한 시민의 푸념은 그래서 더욱 가슴을 친다.
똑똑한 사람이 바보가 되는 정치적 현실이 국민들을 투표장이 아닌 산으로,
강으로, 공원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투표용지에 '뽑아줄만한 사람이 없어 기권한다'고 쓰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가슴아픈 현실이다.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을 비난하지말라.
단언하건데 정치가들은 국민들을 비난한 권리가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무관심도 하나의 정치적 표현이다.
나의 기권 또한 변하지 않는 정치에 대한 항의의 표현이며
'바보'가 되기 싫었던 내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절박한,
나만의 단호한의사표현방식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기권하는 이가 좀더 많아져서
정치권이 제대로 각성하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관련기사1 : http://media.paran.com/sphoto/newsviewphoto.php?dirnews=874502&year=2008&key=&link=newshitphotolist.php)
(관련기사2 : http://media.paran.com/snews/newsview.php?dirnews=878082&year=2008&pg=5&date=20080409&dir=12&mode=all)
(관련기사3 :http://media.paran.com/snews/newsview.php?dirnews=877341&year=2008)
*
선거개표방송을 보면서 언론의 후진성에 또한번 가슴을 친다.
정치의 꽃인 선거방송임에도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얘기 대신
당선(확정)자 개인에 대한 감성적 보도뿐이었다.
구태의연한 방송태도가 한국정치의 후진성의 공범임을 또한번 깨닫는 시간.
방송이 제대로 된 정치적 담론을 주제화하지 않는 이상
한국정치 선진화의 길은 더욱 요원해질 뿐이었다.
**
농민 강기갑의원이 당선이 된건 그나마 국민들에게 정치의 진정성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노회찬, 심상정같은 이들이 제대로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건
참으로 아쉽고 많이 안타까웠다.
변명같지만
나의 지역구에서 이들이 나왔더라면
나는투표를 포기하지 않고 '똑똑한 바보'가 되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이들이 당선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았을 것이다.
(관련기사 : http://media.paran.com/snews/newsview.php?dirnews=902071&year=2008&pg=1&date=20080412&dir=12)
***
많은 사람들이 정치는 생각(사상)만으로 되는게 아니라고들 말하지만
나는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게 권력(실세여부) 보다는 출마자 개인의 사상과
정치의식이라고 생각했다.
불순한 의미의 '정치적'이라는 개념이 사람들 사이에서 먼지처럼 떠다니는게
너무 불쾌하다.
그런 의미에서 문국현총재의 당선은 어느정도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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